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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리그] '과민증' 과르디올라, '심플한' 클롭에게 참패하다
뉴스| 2018-04-1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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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에서도 골을 터트리며 맨체스터 시티를 침몰시킨 리버풀의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 [사진=리버풀 공식 트위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다시 한 번 감행한 전술 실험은 또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11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간)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리버풀에게 1-2로 패배, 총합 스코어 1-5로 탈락했다. 맨시티는 1차전 3골차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총공세에 나섰으나 오히려 2차전마저도 패배했다. 리버풀은 10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시금 포지션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가 파리생제르망을 상대로 대역전극을 썼던 16강 2차전 경기에 영감을 받은 듯한 포진이었다. 맨시티는 스리백으로 나섰는데, 니콜라스 오타멘디와 아이메릭 라포르테와 함께 스리백을 구성한 선수는 우측 풀백 카일 워커였다. 윙백은 사실상 없었고, 왼쪽의 르로이 사네와 우측의 베르나르드 실바는 윙포워드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 1차전 리버풀의 홈에서 0-3으로 완패한만큼 맨시티는 대량 득점이 필요했다. 윙백을 없애더라도 공격의 비중을 싣고자 했고, 리버풀의 공격 트리오(모하메드 살라-호베르투 피르미누-사디오 마네)를 스리백으로 일 대 일씩 막아내고자 했다.

속공을 위한 가브리엘 제수스-라힘 스털링-르로이 사네의 조합과, 내려앉을 리버풀을 공략할 '지공 카드'로 베르나르드 실바를 선택했다. 선제골 양상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를 가져갈 수 있는 조합이었다. 공격에 비해 수비가 허술하다고 평가 받는 리버풀을 홈에서 상대하기 위한 과르디올라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반대로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접근법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1차전에 비해 압박의 강도를 낮춘 점만이 유일한 차이였다.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조던 헨더슨의 자리만 지오르지오 베이날둠이 채웠을 뿐, 포메이션도 선발 선수도 1차전과 동일했다.

전반 시작 2분만에 맨시티의 제수스의 득점이 터졌다. 포문을 연 맨시티는 케빈 데 브루잉을 중심으로 좌우중앙 할 것 없이 격렬하게 리버풀을 흔들었다. 베르나르드 실바의 슈팅이 골대를 맞추는 등 불운이 따랐지만, 기본적으로 리버풀의 수비진은 상상 이상으로 견고했다.

올시즌 프리미어리그 전반기, 사디오 마네의 퇴장을 기점으로 맨시티에게 0-5로 무너져내린 리버풀은 없었다. '1,000억 원짜리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가 이끄는 리버풀의 수비 라인은 '선수비 후역습'을 가능케 했다. 반 다이크는 스스로 공중볼을 지배했을 뿐만 아니라, 수비진을 완벽에 가깝게 통제했다. 몇 년 동안 리버풀을 지독히도 괴롭혔던 공중볼 수비, 혼전 상황에서의 집중력 모두 말끔히 해결되었다.

시즌 중반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성장 중인 리버풀의 왼쪽 수비수 앤디 로버트슨은 자신의 구역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라힘 스털링과 베르나르드 실바, 후반 들어서는 카일 워커까지 우측 공세에 가담했으나 로버트슨은 모두 막아냈다.

1차전에서 사네를 완벽하게 지워내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라이트백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도 또다시 맹활약을 펼쳤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사네를 돕기 위해 다비드 실바를 가까이 붙여 이 대 일 패스로 아놀드의 수비를 무력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리버풀의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을 비롯해 미드필더들이 헌신적으로 수싸움에 가담했다. 결국 아놀드는 다시 한 번 사네에게 승리했다.

맨시티의 총공세에도 리버풀의 골문이 다시 열리는 일이 없자, 맨시티는 눈에 띄게 급해졌다. 후반전이 되자 전반전에 비해 패스 미스가 부쩍 늘었다. 결국 '파라오' 살라가 후반 11분 피르미누와의 역습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역습의 정수를 보여준, 간결한 터치와 패스로 문전 집중력이 돋보인 득점이었다. 사실상 경기는 그 순간 8할 이상 끝이 났다.

하프 타임 때 과한 항의로 터치라인에서 퇴장 당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있지도 않은 머리를 쥐어뜯을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를 투입하며 기적을 꿈꿨다. 그러나 10분 뒤인 후반 22분, 오타멘디의 실수를 낚아챈 피르미누가 리버풀의 두 번째 골을 기록, 총합 스코어를 4골 차이로 벌렸다. 남은 13분 동안 5골을 넣는 것은 불가능했다. 2차전 경기 종료 휘슬이 불렸을 때, 완벽한 승자는 리버풀이었다.

'천재', '지략가' 등으로 불리는 과르디올라는 기적을 꿈꾸며 빼곡한 전술 노트를 꺼내 들었다. 클롭 감독의 접근은 단순했다. 막고 때리고, 막고 때리고를 반복했다. 승자는 후자였다. 한 박자 한 박자 놓치지 않고 설계한 오케스트라 무대는 난입한 헤비메탈 밴드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축구는 때론 정말 단순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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