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골프 최강국의 상징 ‘US 오픈’
기사입력 2018-06-12 11:44 작게 크게
이미지중앙

신네콕 힐스 골프장의 이미지와 2018 US 오픈의 로고.

2018년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 오픈이 이번 주 6월 14~17일(현지시간) 열린다. 메이저 대회는 각기 특징과 상징성이 있어서 선수들이 우승하고 싶어하는 대회도 저마다 다르다. US 오픈은 미국 선수들의 자존심이며, 역사적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선수의 국가가 골프 최강국이라는 묵시적인 동의가 있었다.

골프 최강국이 된 미국

1894년에 USGA가 창립된 후 1895년 제1회 US 오픈이 열렸는데, 1860년에 제1회 대회를 개최한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에 비교하면 35년이나 늦었다. 제1회부터 1910년의 16회 대회까지 우승자는 언제나 영국에서 이민 온 선수들이 차지했고, 미국의 골프계는 미국 태생의 챔피언이 나타날 것을 학수고대했다.
1911년 제17회 대회에서 드디어 미국 태생의 챔피언 존 맥더머트(John McDermott)가 나타나는데, 그의 나이는 20세도 안 된 19세 9개월이었고 그의 최연소 우승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1912년 US 오픈에서 맥더머트가 2년 연속 우승을 하자 당시 골프 최강국 영국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에 영국은 1913년 US 오픈에 당대 최강의 선수였던 해리 바든과 테드 레이를 보내 US 오픈 우승컵을 탈환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무명의 아마추어 선수였던 스무 살의 프란시스 위멧이 등장해 영국의 공격을 막아내고 우승컵을 지켰다(골프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었던 프란시스 위멧의 우승 스토리는 2017년 9월 27일 자 이 칼럼에서 상세히 소개했다). 위멧의 우승을 계기로 이제 미국 골프는 영국에 대한 열등감을 깨끗이 떨쳐버리고, 골프 최강국의 입지를 다졌다. 이후 1922년 월터 하겐이 미국 태생 선수 최초로 디 오픈에서 우승하자, 미국은 영국을 확실하게 제압하고 골프 최강국으로 인정 받게 됐다.

흔들리는 미국의 자존심

그 이후 US 오픈은 미국의 자존심이 되었기에 누구든 미국 선수가 우승을 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1911년 이후 2017년까지 US 오픈에서 외국 선수는 18회 우승을 했을 뿐이다. 같은 기간에 디 오픈에서는 영국 이외의 선수들이 72회나 우승컵을 가져갔다. 1926년부터 1964년 까지 39년 동안 어떤 외국 선수도 US 오픈 우승컵을 안아보지 못했고, 1965년 게리 플레이어가 나타나 미국의 독주에 겨우 제동을 걸었다. 한편 영국은 1925년 우승 후 1970년 토니 재클린이 우승할 때까지 45년 동안 무관이었고, 2011년 로리 맥길로이가 우승할 때까지 또 41년을 기다려야 했다.

골프 최강국인 미국의 독점적인 지위는 영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유럽이 주도하는 도전자 세력의 공격이 강해지면서 미국의 지위는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라이더컵 성적에서 유럽에 크게 밀리고 있으며, 최근 20년 동안 9번이나 US 오픈 우승컵을 외국 선수에게 내줬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 연속 외국 선수들이 우승했을 때 미국의 골프계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특히 최근 8년 동안에는 유럽 선수들에게 4승을 빼앗겼으므로 US 오픈이 열릴 때마다 미국은 긴장하며 결과를 기다린다.

이미지중앙

신네콕 힐스 골프장의 전경.


신네콕 힐스 골프클럽


이번 대회가 열리는 신네콕 힐스 골프클럽은 1891년에 개장한 미국의 가장 오래된 골프장이다. 1892년에 지어진 거대한 클럽하우스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하우스다. 1987년 이래 매년 미국의 베스트 10 골프장으로 선정되고 있다. 최근의 랭킹은 4위였는데 파인 밸리, 오거스터 내셔널, 사이프레스 포인트 다음으로 뽑힌 명문 프라이빗 클럽이다. 최고의 명문이면서도 개장 때부터 여성회원을 받아들인 것은 당시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위치는 뉴욕의 롱아일랜드 끝자락에 있어서 거의 바다 한가운데 있는 링크스 코스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벌판은 스코트랜드의 링크스 코스를 연상시킨다. 볼이 러프로 들어가면 1타 벌타를 받는 것과 다름 없고, 러프에서 그린을 노리던 플레이는 잊어야 한다. 훅 라이에서 페이드 샷이 필요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를 만들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난이도를 높였다. 벌판처럼 보이지만 코스의 고저 차이로 인해서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 디 오픈처럼 바람의 방향을 읽어내는 선수가 유리하다.

2018년에 다섯 번째 US 오픈을 개최하는 신네콕 힐스 골프 클럽은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해부터 코스를 리모델링 했다. 2004년에는 전장 6,996야드에 파70으로 플레이 했지만 금년에는 7,445야드, 파70으로 전장을 대폭 늘렸다. 쉽게 비교하자면, 올해 마스터스 코스와 비슷한 전장인데 파가 70타이므로 파72의 오거스터 내셔널보다 훨씬 길게 플레이 된다. 따라서 장타자에게 이점이 크다.

17개 홀의 백 티를 새로 만들었고, 500그루의 나무를 제거했으며, 2004년 US 오픈이 끝난 후 대폭 확대한 페어웨이의 폭을 다시 좁히기 위해서 약 1만 평방미터의 잔디를 제거한 후 페스큐 러프를 조성했다. 제거된 잔디는 뉴저지에 옮겨 심었고 US 오픈이 끝난 후 다시 페어웨이로 돌아올 예정이다. 금년의 페어웨이 폭은 평균 42야드인데 2004년의 27야드보다 훨씬 넓어졌으므로 이 또한 장타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미지중앙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하우스인 신네콕 힐스 골프장의 웅장한 클럽하우스 모습.


USGA의 고민


USGA(미국골프협회)가 주최하는 US 오픈은 골프 대회 중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 셋팅으로 악명이 높다. 가장 좁은 페어웨이, 가장 긴 러프, 가장 빠르고 딱딱한 그린이 US 오픈의 상징이다. 우승 스코어도 이븐 파 정도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점점 발전하는 장비와 세계 최고 선수들의 공격을 코스 셋팅만으로 막아낼 수는 없다.

2017년 에린 힐스에서 열렸던 US 오픈의 코스는 7,741 야드로 메이저 대회 역사상 가장 길게 셋팅되었고 러프도 충분히 길었지만 우승 스코어는 16언더파였다. 대회 전 미디어는 ‘죽음의 코스’라고 겁을 주었지만 선수들의 공격에 철저히 유린 당했다. 바람이 없었고, 적당히 내린 비로 그린 스피드가 느렸으며, 페어웨이가 넓어서 장타자들이 활개를 쳤다. USGA의 자존심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

그래서 올해 US 오픈이 더 궁금해진다. US 오픈의 경기 위원회는 선수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전장을 크게 늘렸고, 그린의 스피드도 가장 빠르게 준비할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의 도움이 없다면 선수와의 싸움에서 코스가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USGA를 도와줄 가장 큰 무기는 바람이다. 바람이 강하면 샷을 하기도 어렵고, 그린도 건조해져 훨씬 빨라진다. 신네콕 힐스는 바닷가에 있어서 강한 바람이 예상된다. 비는 아주 많이 와서 코스가 길게 플레이 되면 어려워지지만, 적당히 내린다면 그린을 소프트하게 만들어 선수들이 쉽게 깃발을 공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USGA의 운명은 날씨에 달렸다고 보아야 한다. 현지의 기상 예보에 따르면 4일 내내 25도 내외의 쾌적한 기온이고 구름만 조금 있을 뿐이며 비정상적인 강풍도 없다.

2004년 US 오픈의 교훈

신네콕 힐스에서 열렸던 2004년 US 오픈의 마지막 라운드에서 일어난 해프닝은 USGA의 코스 셋팅이 얼마나 어려운 임무인지를 잘 보여준다. 파3 189야드 7번 홀의 퍼팅그린은 경사가 심한데 홀의 위치가 어려웠다. 더구나 높은 기온과 강한 바람 때문에 그린이 더욱 단단해졌고 스피드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두 번째 조의 케빈 스태들러가 친 60cm짜리 파 퍼트는 홀을 돌아 나오더니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다가 결국 벙커까지 굴러 들어갔고 트리플 보기를 하게 되었다. 두 조가 플레이 했는데 트리플 보기가 세 개나 나왔다. 홀 근처에서 볼이 멈추지 않았다. 선수들이 그 홀의 플레이를 시작한 후 홀컵의 위치를 바꾸면 라운드 자체가 무효화되는 규정이 있어서 홀을 옮길 수도 없었다.

US 오픈의 경기위원장은 플레이를 중단시키고 그린에 물을 뿌리라고 지시했다. 물을 뿌리는 작업은 각 조가 그 홀의 플레이를 끝낼 때마다 계속 되었다. 먼저 플레이 했던 선수들에게 불공정한 조치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경기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물을 뿌리는 작업뿐이었다. 물세례는 홀 주변의 잔디를 거칠게 만들어서 볼이 멈추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래도 마지막 라운드에서 28명이 파70 코스에서 80타를 넘겼고 평균 스코어는 78.7타에 달했다.

이 사건은 코스를 어렵게 만드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교훈이었다. 이번 주 신네콕 힐스의 7번홀에서 홀의 위치는 어디에 있을지, 그린은 얼마나 빠르게 준비했을지, 우승 스코어는 USGA가 원하는 대로 이븐파 근처가 될지, 전 세계의 많은 골프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미지중앙

2004년 신네콕 힐스에서 열린 US 오픈 마지막 라운드 도중 7번홀에 물을 뿌리는 장면.


US 오픈의 한국선수들


이번 US 오픈에는 총 156명이 출전하는데 한국선수 4명이 포함돼 있다. 김시우, 안병훈이 출전 자격을 얻었고, 임성재, 박성준이 지역 예선전을 통과했다. 역대 우리나라 선수의 최고 순위는 2011년 양용은의 3위였다. 지난해에도 3라운드까지 김시우가 선두와 3타차 6위를 달리며 기대를 키웠다.

골프 팬이라면 127년 전 바닷가의 황량한 벌판에 만들어진 세계 최고 수준의 링크스 코스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반가울 것이다. 출전한 것만으로도 큰 명예를 가진 한국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 박노승 :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sports@heraldcorp.com

  • ▶ [추계대학] ‘2년차’ 김현준 감독, 새로운 영남대
  • ▶ [골프상식 백과사전 124] PGA챔피언십 첫 출전에 우승한 8명
인기 정보
스포츠 주요뉴스


포토 뉴스
리얼푸드자연식·친환경·건강식·푸드 매거진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