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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화영이 만난 골프人] 김태영 대중골프장협회 부회장
뉴스| 2018-06-1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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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대중골프장협회 상근부회장.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대중화 시대에 걸맞게 사회에 역할하고, 회원사 골프장들을 위해 많은 정보를 주고 도움이 되는 협회가 되고 싶다.” 지난 4월13일 부임한 지 두 달이 막 지난 김태영 한국대중골프장협회(이하 대중협회) 부회장을 최근 만났다.

대중협회는 2009년7월 창립 이래 지난해까지 거의 10여 년간 조세문제로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이하 장협)와 사사건건 부딪쳤고 반목했다. 장협이 ‘골프장 그린피 세금을 낮춰달라’고 주장하면 대중협회는 ‘대중화를 위해 인하를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보니 골프장과 관련된 논의는 의미없이 맴돌기만 했다. 몇 년 전 골프산업 업체들이 의견을 모아 ‘산업진흥회를 만들어 한 목소리를 내자’던 논의도 흐지부지 됐다. 쇠퇴하는 세계 골프 트렌드와 달리 한국에서 골프 인구는 꾸준히 늘고, 시장은 세계 3,4위까지 성장한 땅이지만 골프장업은 여전히 후진적이고 방만하다.

최근 대중협회는 체제를 개편했다. 지난 9년 동안 3연임한 강배권 회장이 물러나면서 회장단 집단지도체제로 바뀌었고, 상근부회장을 영입했다. 김 부회장은 회원사인 보성CC를 대표한 이사였지만 체제 개편으로 인해 협회 정책을 가다듬고 실무를 이끌어갈 책임자가 맡게 됐다.

김 부회장은 시쳇말로 가방끈이 길다. 해군사관학교를 나온 뒤에 서울법대를 다녔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국제법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1년간의 미국 연수를 거쳐 한남대 대학원에서 국제법으로 박사과정까지 밟았다. 2004년부터 5년간 해군본부에서 법무감을 지냈고, 2009년4월부터는 보성CC 사장으로 부임해 2016년6월까지 7년간을 지냈다. 이후로 이 골프장 모기업인 와이엔텍 고문을 지냈다.

대중협회는 86개의 대중제(퍼블릭) 골프장들이 모인 사단법인이다. 재임한 지 두 달여가 지나는 가운데 김 부회장은 꾸준히 회원사들을 방문하고 있으면서 협회 운영 방향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회원사의 경영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 둘째, 골프장 경영 및 운영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것, 마지막으로, 골프장에 일하는 인적자원을 양성하고 재교육해서 경영 합리화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는 2년의 임기 동안 많은 것들을 달성하기 보다는 주춧돌을 놓고 싶다고 말했다. 사무실에 붙여 놓은 구호 ‘국민들의 체력 증진과 여가 선용, 골프 대중화를 선도하는 한국대중골프장협회’ 옆에서 포즈를 취한 뒤에 자리에 앉았다. 부회장 취임 후에 내건 내용이 이전의 대중협회와 달리 큰 지향점을 목표삼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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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장이 취임하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골프대중화에 방점이 찍힌다.


- 세금 문제에 매달렸던 지난 협회와 달리 경영과 실무로 방향을 잡은 것 같은데?
골프장들이 처한 현실이 쉽지 않다. 협회 업무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회원사들의 운영 경험과 노하우 공유가 되지 않아서 경비를 절감하지 못하고 자원낭비가 되는 부분이 많다. 당장 골프장 장비들에 대한 기초 실태 조사와 사례집을 만들어 공유할 계획이다. 그걸 바탕으로 골프장 장비 국산화에도 기여하고 싶다.

- 그럴만한 구체적인 사례집 아이디어가 있나?
보성CC 사장으로 7년 근무하면서 현장 사례를 모은 것이 있다. 우선 코스장비 활용 사례집을 조만간 발간한다. 예방 정비, 수리 등의 노하우를 모은 것이다. 예전에 직원용으로 낸 책에 자료를 업데이트 했다. 회원사에 나눠주고 추가 수요가 있다면 폭넓게 배포하겠다. 골프장에선 장비 사용 방법조차 매뉴얼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골프장에서의 경험은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좋은 마케팅 전략도 공유하겠다. 그것을 기반으로 소통의 여건을 형성하겠다. 비수기에 회원사 중간간부 대상 세미나를 연말 연초에 열까 생각하고 있다. 비용 절감 사례를 듣고 장비 국산화를 위한 사전 조사도 하겠다.

- 협회가 내건 목표치고는 장비 국산화가 먼 개념 아닐까?
골프장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중장비 등이 값비싼 미국 일본산 제품이다. 하지만 그게 특별히 큰 기술을 요하는 건 아니다. 한국만의 토양과 지형에 어울리는 사용법도 있을 것이다. 골프장에서 장비를 얼마나 어떻게 사용하는가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해서 국산업체를 이용하고 사용하도록 유도하면 결국 그것이 골프장의 비용 절감이고 경영 합리화로 이어진다. 세미나도 열어서 그런 공감대를 모으면 어떨까 싶다.

- 회원사의 경영효율화와 경비 절감 외에 추구하고 싶은 것은?
장기적으로는 골프를 학교체육에서 활용하도록 환경을 마련하고 싶다. 골프는 나이 들어도 할 수 있고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스포츠인 만큼 골프장업계 종사자로서 미래 세대에게 골프를 접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회원사 한 골프장 당 한 학교와 결연을 맺어서 빈 시간에 골프할 수 있는 그런 문화를 조성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 지금까지 세금과 관련해 장협과 다투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는데?
우리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골프 대중화의 시책을 따르는 입장이다. 세금 부문만 이견이 있지만 그밖에 동일한 골프업계 종사자로 정보 교류 등에서 함께 노력할 요소는 많다.

- 대중제 골프장이 절반을 넘었고 대세여서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것인가?
그동안 협회는 세금 문제에 집중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익집단 아니냐는 일부의 오해도 있었다. 하지만 골프 대중화는 대세이다. 우리 협회는 목표 설정을 골프 산업 발전에 맞추고 있다. 그래서 회원사들이 필요로 하는 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세미나 등의 교류를 통해 정보를 더 쉽게 교류하도록 하는 방안이 나온 것이다. 골프산업이 커가는데 일조하고 싶다.

- 대중화가 아직은 먼 개념 같은데 어떻게 하면 골프가 더 저렴해질까?
현재 셀프캐디나 노캐디, 마샬캐디 등이 훌륭한 대안으로 시도되고 있다. 물론 캐디제를 한 번에 없앨 수는 없지만 비선호 시간대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군산CC의 경우 카트비를 아예 받지 않는다는 선언도 했다. 이런 게 실질적으로 골프 비용이 저렴해지는 과정이다. 하지만 비용이 내려가는만큼 골퍼도 캐디없이 스스로 클럽을 챙겨야 하거나 풀카트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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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홀을 가진 국내 최대 퍼블릭 골프장 군산CC는 카트비 무료를 선언하는 등 골프 대중화에 앞장 서는 골프장이다.


아직 실무에 밀착되지 않아서 그런 지 모르겠다. 그는 제법 거창하고 큰 개념을 말했다. 골프를 학교체육에도 도입되도록 하겠다는 건 현재로는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지난 2013년을 분기점으로 대중제(퍼블릭)골프장이 회원제를 넘어섰다. 지난해부터는 내장객도 추월했다. 올해도 회원제 골프장중에서는 대중제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곳이 많다. 앞으로 대중제 골프장이 우리 골프문화를 이끄는만큼 이상을 높게 잡는 것은 바람직해보인다. 셀프라운드의 확대나 장비 국산화는 충분히 함께 머리를 맞대보고 공감대를 넓혀나갈 수 있는 골프의 어젠다다.

<논어> 이인편(里仁篇)에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라는 말이 나온다. 공자님 말씀에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고 했다. 협회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아갈 좋은 방향을 잡았으니 이제 회원사와 함께 골퍼 대중들로부터 공감대를 확보하는 일이 남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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