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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픈 특집] ‘오뚝이 날다’ 최민철, 인터뷰
뉴스| 2018-06-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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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최민철이 24일 밝은 표정으로 우승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코오롱그룹]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천안)=유병철 기자] “제가 어제 2타만 더 줄이면 우승한다고 했는데, 꼭 그렇게 됐습니다.”

온갖 어려움을 딛고 만 서른에 메이저대회에서 첫 승을 일군 최민철(30 우성종합건설)은 예상외로 당당하고 유쾌했다. 우승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으로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스스로의 표현처럼 녹록치 않은 삶의 궤적만큼이나 내공이 쌓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족 얘기를 할 때는 살짝 눈망울이 촉촉해지고, 목소리도 떨렸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쁩니다. 영광을 돌리고픈 사람은 제 부모님과 양부모님들입니다. 11년전 뇌출혈로 쓰러지시면 몸이 불편한 아버지, 간병인 등 힘들게 일하시면서 저를 도와주신 어머니, 그리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제가 어려울 때부터 지금까지 큰 도움을 주신 양부모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생애 첫 승, 내셔널타이틀이 걸린 메이저 대회, 디오픈 출전, 아시안투어(일부 유리피언대회) 시드 등 정말이지 한 번의 우승으로 많은 것을 얻은 최민철은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스토리가 있어 그 우승이 더욱 값지다. 다음은 일문일답.

▲ 우승 소감은.
- 오늘 우승하기까지 위기 상황도 있었는데 잘 극복했다. 11번 홀에서 럭키 바운스가 되면서 버디까지 연결됐다. 그러면서 우승까지 한 것 같다.

▲ 18번홀 세컨드 샷을 과감하게 했는데.
- 세컨드 거리가 자신 있는 거리여서 망설임 없이 공격적으로 쳤다. 핀까지 230미터 정도였고. 3번 우드로 쳤다. (박)상현이 형의 스코어는 몰랐다. 그린 쪽으로 걸어오면서 스코어를 봤더니 1타 차였다. 뭐 알았어도 같은 플레이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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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가 드디어 해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로 챔피언 퍼트를 마친 최민철이 환호를 올리고 있다. [사진=코오롱그룹]


▲ 디 오픈 참가하게 됐는데 각오는.

- 유명 선수들도 많지만 이 기세를 몰아 빨리 잘 적응해서 디오픈까지 우승하겠다.

▲ 이 기쁨을 지금 누구와 함께하고 싶나.
- 후원사를 비롯해 저를 도와주신 분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함께해온 부모님과 양부모님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 보통 선수는 생애 첫 우승을 하면 눈물을 흘리는데 오늘 보니 덤덤한 것 같은데.
- 원래 성격이 그런 것 같다. 울음보다는 너무 기뻤다. 드디어 해냈구나하는 느낌이었다. 기뻤던 감정이 더 컸다. 집에 가면 울 수도 있는데 지금은 이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 이번 대회 우승비결은.
- 퍼팅이 사실 안 됐는데 이번 대회 전에 감을 좀 찾았다. 시합 때도 잘 됐다. 후원사 대표님 모친이 돌아가셨는데 대회 기간이어서 아직 찾아뵙지 못했다. 오늘 찾아뵈려고 한다.

▲ 자신의 스윙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압박감 속에서도 확실히 칠 수 있는 게 나만의 장점인 것 같다. 오늘도 그랬다.

▲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무명이었다. 짧은 시간에 준우승 3회와 우승까지 한 비결은.
- 이전에는 심리적으로 위축이 많이 됐었다. 스스로에게는 나도 우승할 수 있다고 하는데 위축돼서 경기를 했었다. 작년에는 ‘이번에도 잘 안 되면 미련 없이 골프를 접겠다’는 각오였다. 압박감 속에서 나만의 구질을 연습을 했는데 그게 작년 시합 때도 자신감으로 왔다.

▲ 작년에 한국오픈 기억이 올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나.
- 작년에도 3라운드에서 선두권에서 경쟁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런 기억 때문인지 이 코스는 저랑 잘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올해도 그냥 남들 실수할 때 나는 지키면서 플레이를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 우정힐스 골프장은 작년이 처음이었나.
- 작년 예선전 때가 처음이었다. 이 대회에 두 번 나와서 6위와 우승을 했다.

▲ 양아버지와 어떻게 만났는지 등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달라.
- 연습생 시절 때 만났다. 양부모님의 아들이 장태우인데 나보다 5살 위다. 그 형이랑 연습생생활하면서 운동을 했는데 그때 레슨을 해주면서 친해졌다. 그러면서 저희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그 형에게 얘기를 했더니 그 형이 부모님을 만나보라고 하더라. 제 사정을 들어본 후 양부모님이 ‘너는 돈 걱정하지 말고 꿈을 키울 때다. 돈 걱정하지 말고 연습을 하라’고 했다. 양부모님께서도 여유가 많았던 건 아니어서 그동안 힘들었다. 그동안 꿋꿋이 참으면서 했던 게 지금까지 왔다. 작년에 이름을 알리고 우승할 실력을 쌓았다. 그동안 혼자 많이 울었다. 이제 시작이니까 양쪽 부모님께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

▲ 그 형이 레슨코치인가.
- 이번에도 그 형(장태우)이 1라운드 때부터 와서 레슨을 해줬다. 형한테 많은 조언을 얻었다. 틀어지면 많이 잡아줬다. 오늘 아침까지도 점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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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최민철 트로피를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코오롱그룹]


▲ 이번 우승으로 아시안 투어와 유럽 대회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 이제 우승 물꼬 텄다. 몸 관리 잘하고, 제 장기 살려서 많은 승수 쌓는 게 목표다.

▲ 아시안 투어 출전 계획은.
- 원래 일본 투어 큐스쿨을 보려고 했는데 그건 일단 보류를 하겠다. 시합을 다 나가는 것도 좋지만 몸 컨디션 보면서 참가할 계획이다.

▲ 여자 친구에게 한마디 한다면.
- 우승했다!(웃음)

▲ KLPGA에서 뛰는 제자(박소연 프로)는 아직 우승을 못했는데.
- 내가 우승했으니 제자도 곧 우승할 것이다.

▲ 올 시즌 갖고 싶은 개인 타이틀이 있다면.
- 메이저 대회인 신한동해오픈 욕심이 있다. 작년에 먼데이 예선에서 떨어져서 출전하지 못했다. 또한 작년에 연장에서 졌던 현대해상 인비테이셔널에서 올해는 꼭 복수하고 싶다. 올해 3승 채우는 게 목표다. 그러다 보면 내게도 많은 기회가 올 것이다.

▲ 다음 주 KPGA선수권 출전 각오는.
- 메이저 대회여서 욕심이 난다. 좋은 기억이 있으니 잘 하겠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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