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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의 빌드업] (40) 매탄고 용동현, '빅버드로 한 걸음 한 걸음'
뉴스| 2018-07-1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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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동현은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격을 키웠다.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매탄고(수원삼성 U-18)는 패스 축구를 지향한다. 후방에서부터 야금야금 땅따먹기를 한다. 팀으로 움직이면서 튀지 않는 것이 참 어렵다. 대부분이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지길 원한다. 하지만 수비와 공격을 잇는 중원은 소리 없이 팀 색깔에 스며드는 것이 첫 번째 임무다.

매탄고 중원엔 용동현(18)이 선다. 화려함보단 기본기로 승부 본다. 1학년 때부터 줄곧 지켜본 감상평은 ‘착실하다’라는 느낌이 딱이다. ‘이 점은 조금 아쉽다’라고 생각이 든 점들은 매년 꾸준한 성장으로 덮었다.

“중학교 때는 기복이 심했어요. 고등학교 때 처음에는 잘할 때만 잘하고 못할 때는 못하는 경기가 많았어요. 그걸 극복하고 꾸준해지려고 했어요. 또 꾸준하면서도 한 단계 발전하려고 했죠. 매탄고로 온 계기로 인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올 시즌 용동현은 주로 팀 내 최다 득점자 신상휘와 합을 맞춘다. 지표가 보여주듯 신상휘는 공격적인 성향이 짙다. 자연스럽게 용동현은 그 뒤를 받친다. 용동현의 공격 포인트가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표로 보이진 않지만 직접 관찰하면 궂은일을 도맡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매탄고는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준다. 스리백과 포백을 유연하게 사용한다. 포메이션에 따라 미드필더 숫자가 달라지는데 이때 중원이 해야 할 임무는 늘기도, 줄기도 한다. 당연히 숫자가 적을 때 미드필더가 갖는 압박감이 더 크다. 따라서 스리백을 주된 포메이션으로 사용하는 매탄고의 경우 용동현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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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고 용동현은 지난해 등번호 12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역습을 맞을 때 용동현의 장점이 두드러진다. 수비를 할 때 주로 ‘1)압박 2)지키기’와 같이 크게 2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선택지에서 용동현은 제법 적절하게 대처한다. 주승진 감독이 항상 강조하는 ‘상황 인식’이란 면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다.

“볼을 보고 뒷 선에 있는 골키퍼와 중앙 수비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하거나 앞선 최전방 선수의 방향 설정을 통해서 상황에 맞게 하는 편이에요. 힘들 수도 있는데 팀으로 맞춰왔기 때문에 밸런스가 잘 맞아요.”

그렇다고 공격성이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간간이 오른발에서 나오는 중거리 슈팅은 그라운드 분위기를 달구기도 한다. 역습 상황에서 공간으로 뛰어 들어가는 반대쪽 동료를 미리보고 벌려주는 패스도 괜찮다. 다만 앞으로 전진하는 창의적인 패스의 비율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세계적인 미드필더만 봐도 수비만 잘하는 선수들은 빅클럽에서 뛰지 못하잖아요? 제가 축구를 한 이상은 빅클럽에 가고 싶고. 당장 수원삼성이란 빅클럽을 가고 싶어요. 그렇기 위해선 창의적인 패스를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지금은 부족하지만 나중에 꼭 성공해서 (인터뷰할 땐) 그것도 제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왜소했던 체격도 제법 키웠다. 타고난 신장은 크지 않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몸의 두께를 늘렸다. 한눈에 봐도 체격 변화가 두드려질 정도다. 이렇게 면면한 노력으로 조금씩 자신의 단점을 지워나가고 있다.

“유럽 경기나 저희 대표팀 경기를 보면 스피드나 피지컬적인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당장 프로에 있는 선수들이랑 저랑도 피지컬 차이가 크고요. 기술도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힘이 없으면 써먹을 수 없잖아요. R리그 가서 뛰면 저보다 더 뛰고, 같은 고등학교 리그에서도 어떤 선수는 더 잘 뛰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아직은 더 발전해야 하는 입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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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동현은 2년 전 AFC U-16 챔피언십 대표팀에 이름을 올려 대회에 출전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용동현은 새로운 자극을 동기부여로 삼고 있다. ‘백문불여일견’, 다양한 경험을 직접 피부로 느꼈다. 2년 전 AFC U-16 챔피언십 예선 탈락, R리그(2군 리그), 클럽하우스 생활이 대표적이다. 매탄고에서 잦은 우승으로 나태해질 법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성장의 폭을 늘려갔다. 지난달 FC서울과의 R리그에는 콜업되어 2개의 공격 포인트(1골 1도움)를 기록도 했다.

“프로 형들과 클럽 하우스를 같이 쓰다 보니까 동기부여 자체로는 떨어지지 않아요. R리그를 누구는 가고, 누군 못가기도 하잖아요?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유소년 단계에선 멈출 수 없는 것 같아요.”

“(성인무대의)속도감이 확실히 다르긴 달라요. R리그 다녀온 뒤 (매탄고에서) 훈련하면 속도가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고 훈련하다가 거기(성인팀)에 가면 저희가 훈련할 때 느끼지 못한 힘든 면을 느낄 수 있더라고요. 집중해야 하는 부분을 초점 맞추고 있어요.”

여기에 최근 수원은 매탄 출신들이 꽉 쥐고(?) 있다. 매 시즌 매탄고를 거친 신예들이 빅버드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재작년 용동현과 매탄고에서 함께 생활한 전세진과 유주안이 연이어 골을 넣어 주목받았다. 관중석에서 지켜본 용동현에겐 이보다 더 좋은 자극은 없을 터.

“저희한테 큰 동기부여가 돼요. 제가 1학년일 때 주안이형이 3학년이었잖아요. 그 골을 넣고 잘 뛰는 것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다. 우리도 높은 위치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에 바로 세진이형이 올라가서 지금 데뷔골 넣고 잘 뛰잖아요? 그래서 저희한테는 큰 동기부여가 되는 거 같아요. 그런 형들을 보고 배우니까요.”

용동현도 빅버드 데뷔를 목표로 한다. 그리고 고교 시절 발맞춘 동료들과 함께 빅버드 잔디를 밟을 상상을 한다(최근에는 동기인 박지민과 김태환은 이미 수원과 준프로계약을 체결했다).

“(친구들과 함께 프로에서 뛰면)즐거울 것 같아요. 고등학교 3년 동안 같이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고 프로에서 경기를 같이 뛴다면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고 믿거든요. 혹은 또 다른 경쟁이 될 수도 있다고 믿기도 해요.”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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