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호택의 크로스카운터] 격투기의 ‘고양원더스’ 꿈꾸는 ‘카이저’
뉴스| 2018-07-20 05:27
이미지중앙

'오래 지속되는 중소격투단체’를 표방하고 출범하는 카이저 대회의 포스터.


국내 종합격투기 무대에 신선한 정체성을 가진 신생단체가 출범해 화제다. 오는 7월 21일(토) 오후 4시, 구미대학교 체육관에서 개최되는 종합격투기대회 ‘카이저’(KAISER, 대표 천창욱)가 그 주인공이다.

보통 격투기 단체는 저마다의 원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그런데 카이저는 출발부터 ‘오래 지속되는 중소격투단체’를 표방했다.

현재 한국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종합격투기(MMA) 단체는 로드FC, TFC, 엔젤스파이팅, 글리몬FC 등 4개다. 각자 다른 철학과 정체성을 내세우며 치열하게 경쟁구도를 구축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메이저 격투 단체를 표방한다는 데 있다. 과거 프라이드나 현재 전 세계 최고 MMA 단체로 인정받고 있는 UFC가 이들의 롤모델이다.

하지만 카이저는 조금 다르다. 애초에 이들의 목표는 ‘규모’가 아닌 ‘내실’에 뒀다. 규모는 작아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며 세계무대로 나갈 선수들을 배출하는 것이 지향점이다.

카이저는 야구에서 김성근 감독을 주축으로 운영되었던 독립구단 고양원더스와 닮았다. 고양원더스는 프로야구선수의 꿈을 안고 운동을 시작했지만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 혹은 여러 프로팀을 전전했지만, 결국 정착하지 못한 선수들을 모아 프로선수로 재탄생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 실제로 성과도 있었다. 연습 게임을 통해서 프로팀을 꺾기도 하고, 매해 꾸준히 프로팀에 선수를 데뷔시켰다. 구단은 이적비용은 고사하고 오히려 선수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며 남아 있는 선수들에게도 충분한 동기부여를 제공했다. 안타깝게도 고양원더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의미 있는 도전은 야구는 물론 타종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미지중앙

격투기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던 천창욱 카이저 대표(왼쪽)의 모습.


카이저의 대표는 국내 격투기 관계자라면 익히 이름을 들어봤을 천창욱 대표이다. 천창욱 대표는 프라이드, UFC 등 메이저 격투기 단체에 한국선수들을 파견하는 에이전트 역할을 했다. 초창기 격투기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선수를 발굴하고, 이들을 메이저 무대에 데뷔시킨 스토리는 살아 숨 쉬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한때 ‘꿈의 무대’로 통하던 프라이드에서 한류바람을 일으켰던 최무배가 효도르의 팬미팅을 통해 관계자에 눈에 띄어 데뷔하게 된 사례, 실력은 뛰어났지만 여러 단체를 전전하다가 어린 나이에 은퇴까지 고려했던 김동현을 일본 중소단체로 파견해 결국에는 UFC에 입성하게 만든 스토리 등 천창욱은 한국 종합격투기의 역사를 만들었다.

이런 천창욱 대표가 이제 본격적으로 국내 무대로 눈을 돌려 그간 고민해 왔던 과제를 풀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일본에는 딥, 슈토, 판크라스 등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작지만 꾸준히 대회를 유치하고 있는 중소 격투단체들이 많다. 하지만 국내는 모두가 메이저를 목표로 외형적 성장만을 보며 달린다. 중요한 점은 메이저 무대의 스타 파이터도 중소 단체의 경험이 없이는 그 무대에 설 수가 없다는 것이다. UFC 코리안 파이터 김동현, 정찬성, 최두호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스타 코너 맥그리거조차 작은 무대에서의 치열한 성장 과정이 있었다. 뿌리가 없다면 나무가 성장해서 열매를 맺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선수들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키우는 단체도 이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분명히 필요하다.”

천창욱 대표는 담담히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5년의 고민 끝에 첫 발을 뗀 만큼, 결연한 의지 역시 느껴졌다. 그들의 작지만 의미 있는 첫 걸음이 이제 시작되는 것이다.

■ ‘KAISER.00: GENESIS of MMA’ 대진 *5분 3라운드

1경기 플라이급(-56.7kg)
이윤재(팀 그릿 5) vs 조종건(10th PLANET)

2경기 페더급(-65.8kg)
박수현(팀 그릿 5) vs 서규태(대구 팀혼)

3경기 밴텀급(-61.2kg)
장진표(대전 팀피니쉬) vs 이정규(팀파시 강남)

4경기 밴텀급(-61.2kg)
정준영(MMA스토리) vs 최한길(코리안좀비MMA)

5경기 밴텀급(-61.2kg)
정종민(조슈아짐) vs 김준석(TEAM POMA)

6경기 라이트급(-70.3kg)
이동근(크광짐) vs 김민형(대전 팀피니쉬)

7경기 밴텀급(-61.2kg)
아지백(MMA FARM’S) vs 김효룡(팀혼)

8경기 페더급(-65.8kg)
최지웅(킹덤) vs 이성수(팀 코리아 MMA)

9경기 페더급(-65.8kg)
양지호(엑스퍼트 짐) vs 정경열(팀MAD)

10경기 라이트급(-70.3kg)
박상현(MMA스토리) vs 송우탁(MMA FARM’S)

11경기 웰터급(-77.1kg)
김대훈(ROAD GYM 강남) vs 김인수(팀MAD)

12경기 캐치웨이트(-82kg)
김종백(MMA스토리) vs 박익순(팀혼)

[메인이벤트] 라이트급(-70.3kg)
레오나르도 트라바진(브라질 TS짐) vs 이형석(팀혼)

* 이호택은 국내 종합격투기 초창기부터 복싱과 MMA 팀 트레이너이자 매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국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격투 이벤트의 기획자로 활약했다. 스스로 복싱 킥복싱 등을 수련하기도 했다. 현재는 마케팅홍보회사 NWDC의 대표를 맡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