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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말 한마리, 300억원 경제효과…세계2위 ‘닉스고’
엔터테인먼트| 2018-11-09 09:03
김낙순 마사회장이 경마올림픽(브리더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닉스고를 쓰다듬고 있다.
성공케이스 日보다 훨씬 싼 매입 큰 효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한국의 유전공학, DNA분석 및 말 육성 기술이 낳은 ‘닉스고(수말, 2세)’의 경마올림픽(브리더스컵) 준우승은 말 한 마리 잘 키워 300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개가도 올리게 됐다.

‘닉스고’는 마사회가 2015년부터 시작한 해외종축사업인 ‘케이닉스(K-Nicks)’ 기술로 선발한 경주마이다. ‘케이닉스’는 DNA정보를 분석해 어린 시기에 말의 능력을 사전에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사회는 저렴한 가격에 잠재력이 높은 경주마를 조기에 발굴하여 씨수말로 육성하기 위해 해외종축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씨수말은 말산업 육성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일본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예이다. 일본의 대표 씨수말인 ‘딥임팩트’의 자마들이 2016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만 744억에 달한다. 이처럼 우수 씨수말의 도입은 국내산마 개량 뿐 만 아니라, 생산농가의 소득 증대 등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바 크다.

한국이 일본 보다 뛰어난 점은 고가의 씨수말을 수입한 일본과는 달리, 4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으로 씨수말을 육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마리당 씨수마 매입가격은 최고 40억원이지만, 한국은 유전자 및 DNA에 대한 정밀검증을 통해 남들이 돌아보지 않는 말 중에서 보석을 골라 1억원에 매입했다.

한국마사회는 초기 투자비용을 대폭 줄여 수익률을 높이고, 우리 고유의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고,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우리의 기술로 종축된 ‘닉스고’가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닉스고’는 데뷔 5개월 만에 단 5개의 경주에 출전해 자신의 몸값의 8배인 약 8억원의 경마상금을 벌어들였다. ‘닉스고’뿐만이 아니라, 마사회가 해외종축사업으로 선발한 ‘미스터크로우’, ‘제이에스초이스’ 등의 경주마가 이미 몸값을 훨씬 넘는 수익을 거두며 사업성을 입증했다.

‘닉스고’는 이번 브리더스컵 준우승으로 내년 미국의 삼관경주 중 하나로 총상금만 23억에 이르는 켄터키더비에 출전할 예정이다. 삼관경주는 켄터키더비를 시작으로,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벨몬트 스테익스’ 경주를 말한다. 여기서 모두 우승하면 트리플크라운(Triple Crown)이라고 하는 삼관마가 된다. 3개 경주의 우승상금만 55억 원에 이른다.

일단 삼관마가 되면 우승상금을 비롯하여, 현역 경주마에서 은퇴 후에 씨수말로 활약하며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다. 지난 2015년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한 아메리칸파로아의 경우, 2016년 교배료만 약 2억 3000만원이다. 다음 해 163두의 자마를 생산한 것을 감안하면 아메리칸파로아의 연간 수입만 375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매년 4만 마리의 경주마가 나오는 미국에서 말 한 마리가 이 3개 대회를 한꺼번에 석권하긴 쉽지 않다.

비록 ‘닉스고’가 삼관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현재 ‘닉스고’의 성적이라면 최소 $1만달러 이상의 교배료로 씨수말 시장에 데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씨수말로 데뷔 후 연간 100회 정도 교배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최소 12억원의 수익이 창출된다.

통상 씨수말이 교배하여 자마가 태어나서 경주에 출전할 때까지 4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이후 닉스고의 자마로 벌어들이는 경주 우승 수익(약150억원)과 자마의 경매가(약120억원), 교배료(약 40억원) 등을 감안하면 최소 3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되는 것이다. 닉스고의 자마의 경매가를 1두당 5만달러로 가정했을 때 연간 50두를 4년간 판매한다면 약 120억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후년쯤이면 닉스고가 씨수말 시장에 데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우수 종축을 지속적으로 확보하여 국산 경주마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장기적으로 한국 경마산업의 국제화 달성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에는 국산마 6두도 케이닉스 기술로 선발한뒤 미국에 수출하는데 성공한바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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