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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이지희 JLPGA 우승, 한국 베테랑의 저력
뉴스| 2019-04-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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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나이의 이지희가 21일 일본 JLPGA 반테린 레이디스에서 우승했다. [사진=J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40세 베테랑 이지희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KKT배 반테린레이디스오픈(총상금 1억 엔)에서 우승하며 일본에서 통산 23승을 달성했다.

이지희는 21일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 공항 컨트리클럽서 열린 대회 파이널 라운드에서 한 타차 3위에서 출발해 3언더파 69타를 쳐서 한 타차 역전 우승했다. 동일 코스의 동일 대회에서 2009년 이래 11년만의 추가 우승이면서, 지난 2017년 메이저 JLPGA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2년 만에 통산 23승째를 달성한 것이다. 이지희는 우승 인터뷰에서 “지난해 생각보다 성적이 안 나와서 올해 2월에 40을 넘기고는 우승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우승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첫승 이래 19년 동안 꾸준히 승수를 쌓은 이지희는 한국 선수 중에는 일본 무대에서 세 번째로 많은 승수를 올리게 됐다. 안선주(32)가 지난해 5승을 추가해 28승을 기록했고, 전미정(37)은 2017년까지 25승을 달성했다. 이지희는 고(故) 구옥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협회장와 함께 23승 타이를 이뤘다. 신지애(31)는 지난주 22승을 달성했고, 이보미(31)는 21승을 쌓아올렸다.

일본 JLPGA의 통산 상금 순위를 보면 이지희가 20년 동안 485경기를 출전해 상금 11억8020만엔을 벌어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그 뒤로 2005년부터 15년간 활동하는 전미정이 419경기에 출전해 상금 3위(11억4872만엔), 10년을 활동하면서 234경기에 출전한 안선주가 상금 4위(10억5739만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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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은 한국 선수. 대회수는 역대 출전 대회 총 숫자. 16위가 생애 최다 출전 선수. [자료=JLPGA]


JLPGA 22승을 거둔 신지애는 통산 상금으로는 8위(8억6645만엔). 21승의 이보미는 9위(7억9257만엔)에 자리한다. 일본에서 통산 상금 상위권자 중에 현역으로 활동하는 일본 선수는 5위의 요코미네 사쿠라, 6위의 오야마 시호, 10위의 우에다 모모코 정도인 데 비하면 한국 선수는 베테랑이 오래 활동한다.

통산 상금을 떠나서 이번 우승은 최근 일본의 이른바 ‘황금세대’ 일원으로 불리는 20세의 요시모토 히카루를 제치고 거둔 성과여서 의미가 깊다. JLPGA투어에서는 지난해부터 미야자토 아이의 성공 신화를 보면서 골프를 시작한 선수들이 투어의 주요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투어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 이미 지난해 하반기 데뷔한 카와모토 유이(21)가 악사레이디스에서 우승했다. 지난해는 아라카키 히나(21)가 생애 첫승을 거두면서 투어 세대교체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미국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하타오카 나사(21)는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토토재팬클래식에서 승수를 추가했다.

일본의 20대 젊은 선수들이 급부상하는 한편, 오랜 선수 생활을 유지하는 한국 선수들이 꾸준히 우승을 추가하는 것이 요즘 일본여자 골프의 구도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은 나이가 들어도 꾸준한 체력 관리와 컨디션 조절로 대회수를 항상 꽉꽉 채워 출전하면서 승수를 추가하고 있다. 이지희 만의 사례가 아니다.

구옥희 전 협회장은 1985년에 일본에 진출해 기분레이디스에서 28세에 첫 우승을 거둔 뒤 21년이 지난 2005년에 아피타서클K선크스레이디스에서 49세의 나이로 23승을 쌓았다. 40세 이후에도 13승을 올린 구 협회장의 생애 총 출전 대회는 512경기였고, 역대 JLPGA통산 상금에서 13위(7억1098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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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의 전미정은 올해 대만여자오픈에 우연히 출전해 우승했다. [사진=KLPGA]


전미정은 올초 대만에서 열린 KLPGA-대만골프협회가 공동 주관한 대만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7년 요코하마타이어PRGR레이디스에서 35세에 25승째를 거두었다. 올해 JLPGA시즌에도 매 대회에 출전하면서 T포인트에네오스에서는 공동 4위, 악사레이디스에서는 공동 6위로 마치면서 상금 24위에 올라 있다.

KLPGA투어에서 10년을 활동하며 상금왕을 지낸 김하늘(31)은 국내 투어에서는 치고 올라오는 젊은 세대들에 밀린 끝에 2017년 일본 투어로 옮겨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국내 KLPGA에서는 20대가 주축이고 30대를 넘어서는 선수는 보기 드물다. 최연장자인 홍진주(36)를 비롯해 30대는 안시현(35), 홍란(33) 정도도 나머지는 20대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30대 한국 선수들의 노련한 경기 운영이 우승으로 이어진다.

일본의 골프 대회 환경이 나이 든 선수를 우대하는 문화도 베테랑들의 우승이 잘 나오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올해 일본 남자대회에서는 투어 생활 50년째을 맞은 72세의 점보 오자키가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 우승으로 극적으로 부활한 데 자극받았다’면서 대회 출전에 의욕을 보인 것에 대해 언론이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지난주 개막전에 출전한 오자키는 131위에서 시작한 2라운드를 절반 정도 마친 후 요통으로 기권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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