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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 헤리티지 챔피언 C.T 판은 '타이거 키즈'
뉴스| 2019-04-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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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 헤리티지에서 우승한 C.T 판과 가끔 캐디로도 나선 아내 린. [사진=골프위크]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RBC 헤리지티에서 우승한 C.T 판(대만)은 ‘타이거 키즈’다. 그의 부모가 우즈의 97년 마스터스 우승을 지켜본 뒤 자식들에게 골프채를 쥐어줬기 때문이다. 판의 어머니는 아직도 캐디로 일하고 있으며 아버지는 골프장 코스관리 직원이었다. 판은 1991년 생으로 우즈가 첫 번째 그린 재킷을 차지했을 때 6살이었다.

C.T 판은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골프가 미래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포츠라고 말씀하셨다”며 “당시에 난 전혀 그런 걸 몰랐다”고 말했다. 어린 판은 이후 마스터스나 다른 PGA투어 경기가 열리는 이른 새벽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아버지와 함께 TV 중계를 봐야 했다. 그럴 때면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아들에게 “너도 우즈처럼 우승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판의 부모는 아들을 골프의 본고장인 미국으로 보냈다. 부모의 성원에 보답하듯 판은 워싱턴대학 골프팀에서 8승을 거뒀으며 2013년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리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자골프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판은 2016년 웹닷컴투어에서 뛰며 상금랭킹 11위에 올라 꿈에 그리던 PGA투어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루키 시즌인 2017년 29개 대회에 나가 14차례 컷을 통과했으며 톱10에 3번 들었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는 공동 준우승을 거뒀다. 판은 시즌상금 126만 7649달러를 벌어 페덱스컵 랭킹 88위로 PGA투어에 잔류할 수 있었다.

투어 2년차인 2018년 판은 30개 대회에 나가 22차례 컷을 통과했으며 톱10에 두 번 들었다. 작년 8월 윈덤챔피언십에서 공동 준우승을 거둔 게 최고성적이었다. 시즌상금 188만 1787달러를 벌어들인 판은 페덱스컵 35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마스터스가 끝난 뒤 열린 RBC 헤리티지에서 마침내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판의 이번 우승은 아내의 바가지도 도움이 됐다. 판은 지난 주 집에서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봤다. 곁에서 함께 중계를 보던 아내 린은 “나 인내심 없는 거 알지! 가급적 빨리 나를 오거스타 내셔널에 데려가는 게 좋을거야!”라고 협박했다.

판은 일주일만에 아내의 협박에 답을 내놨다. 판은 RBC 헤리티지 우승으로 내년 마스터스에 출전할 자격을 갖췄다. 또한 124만 4000달러(약 14억 1600만원)의 우승상금과 2년짜리 투어카드도 손에 넣었다. 그리고 오는 12월 호주에서 열리는 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 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도 아내를 데려갈 수 있게 됐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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