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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장의 발견] 사우스 스프링스CC - ‘진품 퍼블릭’
뉴스| 2019-04-23 06:50
‘한국 골프장의 발견’ 시리즈는 단순 기사나 후기 형식을 넘어 한국 골프코스들의 속살을 샅샅이 들여다 보는 지속적인 탐사 작업입니다. 이 컨텐츠는 골프장의 협찬 없이 직접 경험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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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은 한국의 골프장들 가운데 가장 공들여 만든 것의 하나로 손꼽힙니다.

코스의 설계와 시공에서부터 잔디와 수목 등 조경의 공들임, 지원 시설의 세세한 갖춤…… 국내의 다른 어느 골프장도 이보다 섬세하게 만들어졌다고 단언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이 코스를 깊이 사랑하는 '팬'들은 많습니다. 그런 한편 ‘스코어가 잘 안 나와서 가기 두렵다’고 고개를 젓는 이들도 더러는 있습니다. 단언컨대, 이만한 골프장이 퍼블릭 코스로 모든 이에게 열려 있음은, 골프의 본질적 즐거움을 찾는 이들에게는 행운입니다.


1. 역사와 평가

1) ‘최고급 회원제 골프장’으로 시작
<사우스 스프링스 컨트리클럽(이하 ‘사우스 스프링스CC’)>은 2009년에 ‘휘닉스 스프링스 컨트리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에는 ‘한국 최고의 프라이빗 클럽’을 지향하는 폐쇄적인 회원제 골프장이었고, 최고 수준의 가격으로 회원권을 분양했지요. 이 골프장을 소유하던 보광그룹은 평창의 ‘휘닉스파크’와 제주의 ‘휘닉스 아일랜드’ 등을 운영하고 있던 터라, ‘휘닉스’라는 이름은 스포츠 레저 분야의 국내 최고급 브랜드이기도 했습니다. '휘닉스' 브랜드 뒤에 '스프링스'를 붙인 것은 이곳에서 자연 온천수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합니다. (지금도 클럽하우스 사우나에서는 온천수를 일부 사용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프 코스 디자이너 ‘짐 파지오’가 설계를 맡은 18홀(파72, 7,226야드) 국제 규모 코스이며, ‘보광’이라는 든든한 소유주, ‘휘닉스’ 브랜드의 후광 등 화려한 배경으로, 이곳은 단숨에 '초일류 멤버십 클럽'의 명성을 얻었으며 2011, 2013년 베스트 코스(골프다이제스트 코리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 2월 ‘BGF’가 인수하면서 그 해 5월 대중제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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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 코스 9번 홀 그린과 클럽하우스.


2) ‘프레스티지 퍼블릭’ 지향으로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한 뒤 사우스 스프링스CC는 “회원제의 품격을 갖춘 채 대중제의 개방성을 제공한다”는 지향점을 세워 운영한다고 합니다. 이른바 ‘프레스티지 퍼블릭’이라 하더군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골프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이 골프장 경영의 ‘미션’이랍니다.

퍼블릭 코스 전환을 계획 할 때, 여러 전문가들이 코스의 난이도를 좀 더 쉽게 고치라고 권했다 합니다. 그런데 이 골프장의 새 주인은 ‘도전과 성취’라는 골프 고유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했다지요. 쉬운 코스가 되면 한동안 손님들이 많아질 수는 있겠지만 코스 고유의 매력은 사라지게 된다고 본 것입니다.

‘사우스 스프링스CC’ 코스에서 벙커가 없어진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곳곳에 도사린 벙커와 벌칙구역들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자 정체성의 요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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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 코스 2번 홀.


3) 프로 대회 ‘토너먼트 코스’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한 뒤 이 코스에서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주관하는 정규프로대회가 줄을 이어 열리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대회가 이 코스에서 매년 열렸고, 올해 2019년에도 ‘E1채리티오픈’ 대회와 <올포유챔피언십> 대회가 열리게 됩니다. 여자 프로골프의 정규 ‘토너먼트 코스’로 널리 알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여자 프로골프 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경기 수준은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KLPGA 정규대회가 매년 열리는 코스라는 것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 실력의 우열을 가려낼 만한 ‘변별성 있는’ 코스라는 뜻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4) 골퍼 만족도 높은 골프장
대중제로 전환하여 개방한 뒤 일반 골퍼들로부터 높은 평가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과 2017년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엑스골프가 공동 주관한 '소비자만족 10대 골프장'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서 2017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TOP 10 PAR3 HOLES IN KOREA'선정, 2017~2018 '골프다이제스트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에 선정되는 등 꾸준히 호평 받고 있습니다. 언론사가 선정하는 순위 평가를 절대 객관적인 지표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골퍼들로부터 특별히 높게 평가되는 골프장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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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프장이 받은 각종 상패들.



2. 코스에 대하여


1) 짐 파지오 설계 작품
이 코스의 설계자인 짐 파지오는, 세계적인 골프잡지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북미 100대 골프장 중 하나인 플로리다 트럼프 인터내셔널GC를 비롯하여 50여개 골프장을 아들 짐 파지오 주니어와 함께 만들었다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를 만들기로 유명한 톰 파지오의 친형이기도 하며, 여주의 <트리니티클럽>을 설계한 톰 파지오 주니어의 큰아버지이니, 파지오 가문은 골프코스 설계에서 세계적인 '명문가'라 하겠습니다.(짐파지오가 이 골프장을 설계할 때 국내 설계 파트너를 맡은 김재열 님은 라헨느, 히든밸리, 더반 등의 코스를 설계한 분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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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코스 4번홀(사우스스프링스 사진).


2) 도전적이며 홀마다 강한 개성
"보기 좋고 공을 칠만하고 또 어렵기도 하고, 가끔 만만하기도 한 코스가 될 것이다”
짐 파지오가 이 코스의 설계를 맡으며 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보기 좋고, 도전적이며, 홀마다 특징을 가진 코스”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요. 그는 코스 구성의 80%를 아마추어의 시각으로 보고 “아마추어에게 쉽고 프로골퍼에게 어려운 코스”로 설계한다고 합니다.

이 코스가 들어선 곳은 해발 100미터에서 185미터에 이르는 완만한 구릉 지형인데, 홀마다 시각적 변화가 다양하고 영웅적인 느낌의 내리막과 구름 위 능선을 걸어가는 느낌 등 다양한 시각 경험을 골고루 거치게 됩니다. 짐 파지오는 시각의 앵글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 하니, 눈으로 느끼는 심리적 난이도를 계산하고 반영한 듯합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공의 낙하지점이 좁아 보여도 사실은 페어웨이가 넓은 곳이 많고, 영웅적인 모험 심리를 갖게 하는 홀, 전략적인 소극성을 유발하는 홀, 섬세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홀들의 배합이 리드미컬하게 전개됩니다.

3) 까다로운 108개 벙커
‘사우스 스프링스CC’에는 벙커가 108개나 있는데, 짐 파지오의 조카가 설계한 <트리니티클럽>에도 이에 못지 않게 벙커가 많아, “이 집안은 벙커를 많이 파서 파지오”라는 우스개가 우리나라 골퍼들 사이에 떠돌기도 합니다.

벙커가 많으므로 벙커샷이 미숙한 아마추어에게는 어려운 코스일 수 있습니다. 벙커 중에는 ‘타겟 벙커’, ‘세이빙 벙커’ 기능을 하는 것도 많으나 대부분의 벙커는 공이 떨어질만한 곳, 또는 미스샷이 나면 공이 찾아 갈 만한 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벙커의 모양이 다양한 부정형이고 내리막 벙커샷이나 높은 턱을 넘기는 벙커샷을 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코스에서 나쁜 성적표를 받고 나서 “다시는 안 와!” 하며 고개를 젓는다면 아마도 벙커 샷에 약점이 있는 분이기 쉽지요. 그래서 “사우스 스프링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벙커에 들어가지 말거나 들어가면 단번에 잘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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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코스 3번홀 그린(사우스스프링스 사진).


4) 그린은 ‘분할해서’ 봐야
티잉 그라운드의 위치와 각도, 그리고 핀의 위치에 따라서 난이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운 좋게도 어쩌다 쉽게 세팅된 날에 라운드 해서 좋은 스코어를 낸 골퍼가, 다음 번 라운드에서는 열 타 이상 더 치는 스코어를 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난이도 조정의 폭이 매우 큰 코스이지요. 특히 그린의 핀 위치에 따라 스코어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그린은 넓고 긴 것이 대부분인데 핀에서 먼 곳에 공을 올려 놓으면 투 펏 마무리가 쉽지 않습니다. 이 코스가 터프하다고 느껴진다면 아마도 벙커와 그린의 난도 때문일 것입니다. 그린이 다양한 단과 경사로 분할되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를 인지하고 정확하게 의도하여 쳐야 합니다. 쇼트게임이 완벽하지 않으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공이 굴러갈 수도 있지요. 그린이 빠른 편이라서 경사를 잘못 읽거나 다른 높이의 단으로 가면 다음 퍼팅이 상당히 어려워지거나 그린 밖으로 굴러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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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스프링스CC 제원.


5) 마운틴코스와 레이크코스
상대적으로 온화한 분위기의 '레이크 코스'는 약간 짧은 편(3,583야드)으로, 이곳에서 좋은 스코어를 충분히 확보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코스를 따라 7개의 호수가 넘나들어 아름다운 풍광이 연출되며, 그런 가운데 과감하게 도전하면 공을 치는 재미를 느끼며 좋은 스코어를 낼 수도 있는 코스입니다.

'마운틴 코스'는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서 구릉을 오르내리며 라운드 합니다. 구름 위를 산책하는 듯한 홀도 있고 영웅적인 도전을 부르는 홀, 치명적인 벌칙이 숨은 홀도 있습니다. 시야가 탁 트이는 조망이 특히 아름다우며 신비로운 주황빛을 내는 바위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마운틴 코스는 ‘아마추어에게는 쉽고 프로에게는 까다롭게’라는 설계자의 철학이 잘 반영된 곳이라 합니다. 14개의 클럽을 다 사용하여야 하며 도전적인 플레이를 부르는 코스로 알려집니다. 레이크 코스보다 다소 길고(3,688야드) 어려우며 특히 후반 홀의 난도가 높은데, 6번부터 9번까지의 홀은 너무 어려워 머리에 열이 오른다 해서, ‘핫스프링스 존’이라 부르기도 한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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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코스 5번홀(사우스스프링스 사진).


6) 배선우 선수 20언더파 우승
이 까다로운 '사우스 스프링스CC'에서 열린 2016년 KLPGA 대회에서, 배선우 선수는 1라운드에 62타를 쳤고 3라운드 54홀 합계 20언더파 노보기 플레이로 우승한 바 있습니다. 2017년 KLPGA 대회에서는 지한솔 선수가 3라운드 합계 18언더파로 우승했지요.

세계 정상급 수준에 이른 우리나라 여자 프로 선수들의 능력에 거듭 감탄하게 됩니다. 선수들이 플레이 하는 것을 보니 정확하게 게임 플랜을 짜서 정해진 루트로만 공을 쳐 보내더군요. 평탄한 곳에서 다음 샷을 하려고 철저하게 노력하는 모습들과, 그린 공략을 정확하게 하는 선수가 우승하는 것이 눈에 두드러지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스코어로 우승한 선수들도 이구동성으로 ‘이곳은 결코 쉬운 코스가 아니다’ 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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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코스 9번홀(사우스스프링스 사진).



3. 관리와 조경

1) '안양중지'와 '장성중지'
이 코스 페어웨이 잔디는 ‘안양중지’, 러프는 ‘장성중지’ 종입니다. 골프와 잔디 산업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 이 ‘중지’ 잔디가 갖는 의미와 역할은 큽니다. <남서울CC>, <한양CC> 등 오래 전에 만든 골프장들은 ‘들잔디’라고도 불리는 ‘야지’를 심었는데, 야지는 ‘양잔디’나 일본 ‘고라이 잔디(고려지)’에 비해 잎이 넓고 옆으로 퍼져 자랍니다. 공을 놓고 치기에는 잎이 좁고 짧게 깎을 수 있는 잔디가 좋다고 할 수 있는데, ‘고라이’나 ‘양잔디’ 종은 우리나라의 덥고 추운 기후를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개발된 개량종이 ‘중지’입니다. 잎이 넓은 ‘야지’와 잎이 좁은 ‘고라이’에 견주어 잎의 폭이 중간 정도 된다는 뜻이지요.

안양CC에서 처음 개발되고 적용된 ‘안양중지’는 우리나라 골프장 잔디들의 조상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삼성에버랜드가 시공하는 것이 ‘오리지널’이라 합니다. 그런 한편 전남 장성 지역에서 나는 잔디 중에 중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장성중지'라 부르며 우리나라 잔디 생산의 7할 정도를 이 장성중지가 맡고 있다 합니다.안양중지는 가을이면 잎이 붉게 ‘단풍 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장성중지는 잔디가 자라는 모양은 안양중지 같지만 가을에 붉게 물들지는 않습니다 일부는 안양중지 같이 보이는 것도 있어서 전문가들도 모양만 보고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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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코스 3번홀.


2) 손님이 많아도 끄떡없는 잔디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해 여름에 이곳의 페어웨이 잔디가 ‘오리지널 안양중지’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프레스티지 퍼블릭’이라고 내세우기 힘들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의 페어웨이 잔디가 ‘양잔디’인줄 아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잔디 관리가 대개는 단정하게 되어 있고 코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서구적인 느낌을 풍겨서 그런 듯합니다.

'양잔디’ 중 국내 골프장들이 가장 많이 쓰는 ‘켄터키 블루그래스’나 ‘벤트 그래스’는 모두 추운 지방이 고향인 ‘한지형 잔디’입니다. 우리나라 기후가 점점 아열대화 되어가고 있어서 한지형 잔디를 관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으니, 특히 손님을 많이 받아야 하는 퍼블릭 골프장에서는 양잔디를 페어웨이에 사용하면 관리하기가 대단히 힘들다고 합니다. 이 골프장은 개장 때 삼성에버랜드가 ‘오리지널 안양중지’를 시공했기에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해서도 좋은 코스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듯합니다. (잔디에 관한 부분은 노경식 님의 ‘코스관리노트’를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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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코스 1번홀(사우스스프링스 사진).


3) 그림 같고 음악 같은 조경
짐 파지오는 일정한 설계 패턴을 고집하기 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지형 특징을 살려 코스를 앉히는 디자인 철학을 갖고 있다 합니다. 이 코스의 티잉 그라운드 들에서 느껴지는 관조의 심미성은 아마도 국내 코스 중 손꼽히는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암석이나 수목, 구릉, 연못 등 자연 그대로의 경관미는 살리면서 벙커와 페어웨이의 곡선 배치 등으로 조밀한 아름다움을 빚어낸 솜씨가 돋보입니다.

철마다 꽃이 피고 다른 빛깔을 띠는 숲과 나무의 어울림도 탁월합니다. 소나무와 참나무, 산벚나무와 아카시아가 자생하던 자연 숲에 낙락장송 소나무 2,000여 그루와 팽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층층나무를 보완해서 심었다 합니다. 늘 푸른 빛을 띠는 상록수 사이로, 철마다 다른 색을 내는 활엽수 7,600여 그루와, 영산홍, 황매화, 꽃댕강나무 등 관목 8만여 그루를 심었으니, 계절의 흐름에 따라 교향곡 악장이 바뀌듯 다양한 아름다움이 코스와 숲에서 저절로 변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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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코스 9번홀(사우스스프링스 사진).


4) 하루 72팀, 팀간 간격 8분.
이곳이 회원제 골프장일 때는 이용객이 많지 않았기에 연간 내장객 4만명 정도를 최대치로 설정한 관리 기준이 적용되었는데, 퍼블릭코스가 되면서 내장객 6만명을 전제로 관리 기준이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력과 장비를 많이 늘렸다고 하지요. 또한 ‘430-36-8’이라는 관리 매뉴얼을 도입하여, 라운드 시간은 4시간 30분에 마치도록 유도하며, 최성수기에도 오전 오후 각 36팀 이상을 들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팀간 티오프 간격은 8분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4. 지원시설

1) 기능적인 클럽하우스
이곳의 클럽하우스는 ‘기능이 형태를 낳는다’는 디자인 명제를 단순명료하게 드러내는 듯합니다. '간삼건축'에서 설계했다는데, 인간 동선에 대한 배려, 제공되는 서비스의 기능적인 배치를 시원시원하게 장식 요소 없이 풀어냈습니다. 높은 층고를 확보하고 통유리 창을 통해 개방감과 웅장함을 표현하였는데, 넓은 로비와 레스토랑, 연회홀 들의 공간이 회원제 클럽하우스로 계획되었던 것 치고는 크고 넓어서, 퍼블릭 전환 뒤에 손님이 많아졌어도 복잡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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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내부(사우스스프링스 사진).


2) 한옥 <파지오하우스>
클럽하우스 건축이 모던한 단순미를 띠는 반면에 그 옆에는 전통 한옥으로 지은 연회장이 있어 이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의 건축물이 동서양이 공존하는 조화와 낯섦의 아름다움을 빚어냅니다. 한옥 연회장은 이 골프장 코스 설계자의 이름을 딴 ‘파지오하우스’입니다. 이 건축물은 한옥 모양을 딴 것이 아니라 진짜 한옥입니다. 2011년 '경기도 건축가 협회장상'을 받은 건축물이라는데 ‘황두진 건축 사무소’에서 설계했고 한옥 건축 ‘대목’인 황해중 님이 시공했다 합니다. 100평 넓이 60명 수용 규모의 ‘전각연회장’과 게스트하우스 기능의 ‘안채동’, 입구 회랑으로 이루어져 있고 ‘솟을삼문’이 장식적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전각연회장은 한강 이남에서 사찰과 법당을 제외한 민간 한옥 건물로는 최대 규모라는군요. 소극적인 행사만 하기에는 아까운 건물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건물이기에 문화적으로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클럽하우스와 별도로 대관료를 받고 연회 서비스를 열어주기도 하고, ‘원테이블 레스토랑’이라 하여 맞춤형 고급 다이닝 서비스도 제공하는군요. 근사한 서비스이긴 하지만.간의 멋짐에 비해서는 뭔가 소극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 건물의 완성도와 아름다움에 비해서, ‘파지오하우스’라고 적은 현판의 글씨는 (어떤 역사성을 가진 것인지 누구의 공력을 담은 것인지는 알지 못하나) 제 눈으로는 아무리 봐도, 건축물과 같이 하는 격을 발견할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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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오하우스 외관(사우스스프링스 사진).


3) 잘 갖춰진 연습장
이곳에는 천연 잔디에서 연습할 수 있는 드라이빙 레인지와 그린, 벙커, 어프로치 연습장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데이비드 레드베터 아카데미>가 운영되는 등 여러 교습 단체들이 사용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캘러웨이>사에서 골프교습 시설로 활용하려고 공사중입니다. 정규 토너먼트를 치르는 골프장들 가운데는 연습장을 갖추지 못한 곳도 많은데 이곳은 상대적으로 훌륭한 연습 시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 밖의 소소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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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코스 7번홀.


'핫스프링스 존'
KLPGA 토너먼트가 치러질 때, 마운틴 코스 6, 7, 8, 9번 홀은 매우 어렵게 플레이 됩니다. 파5인 537야드의 6번 홀은 세컨샷이 떨어지는 지점 왼쪽에 연못이 숨어 있고 페어웨이가 개미 허리처럼 좁아서 투온을 노리거나 레이업 할 때 매우 정확한 샷을 해야 합니다. 7번 파4홀은 376야드로 길지 않으나 티샷을 평지에 올려놓아야 하며 오르막 그린 공략이 쉽지 않습니다. 8번 파3홀은 가장 긴 파3홀이며, 9번 383야드 파4홀은 그린이 너무 어려워 아이언 샷이 정확하지 않으면 파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보기 이상의 스코어가 쏟아져 나오는 이 4개 홀 구간을 ‘핫스프링스 존’이라고 부릅니다. ‘망친 스코어’ 때문에 머리에 ‘열’이 오르는 상태를 뜨거운 온천에 비유한 것이죠. 이 구간을 잘 넘겨야만 우승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선수들은 잘 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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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코스 5번홀 석재 조형물.


고졸한 느낌의 석물들
이 골프장 곳곳에는 오래된 유물 같은 느낌의 석물 장식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무데나 있는 것이 아니고 꼭 있어야 할 자리에 마치 오래 전부터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잘 어울리며 서 있습니다. 이런 석물들은 대개 남의 무덤에 놓였던 것으로 보일 수 있는데, 눈 여겨 보면 남의 무덤에서 캐온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든 작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서구적인 느낌의 코스에 한국의 전통미가 느껴지는 석물 조형작품들이 은근히 잘 어울립니다. 예술작품들을 골프코스에 장식으로 놓는 행위들을 좋게만 보지 않는 분들도 많은데, 이것들은 한옥 <파지오하우스>와 어울려 이 골프장을 기억하게 하는 '아이덴티티 요소'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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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앞에 게양된 대형 태극기.


펄럭이는 대형 태극기
이곳 클럽하우스 앞에는 대형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태극기가 정치적 느낌을 갖기도 하지만 이 태극기는 그와는 상관 없이 2009년 개장 때부터 변함없이 펄럭이고 있다는군요.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골프장에는 성조기가 게양되어 나라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를 보고 이 골프장에도 설계 당시부터 설계자와 협의하여 게양대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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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코스 8번홀(사우스스프링스 사진).


아름다운 8번홀의 드라마
레이크 코스 8번 홀은 사우스 스프링스CC의 아름다운 홀들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답고 게임의 변수도 많이 발생하는 곳입니다. 140야드 정도로 짧게 세팅될 때는 홀인원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홀이지만, 오른쪽 ‘뒷 핀’일 경우에는 180야드 이상의 길이인 데다가 아일랜드 형이라 의외의 실수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사우스 스프링스CC의 ‘시그니처 홀’인 만큼 빼어나게 아름답지만, 늘 바람의 방향이 돌고 핀의 위치에 따라 공략의 부담감이 커서 승부의 변수가 양산되곤 합니다.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17번째 홀로 플레이 되므로, 승패의 막판 분기점이 되기도 하는 드라마틱한 홀입니다. 그리고, 이 홀에서는 대개들 사진을 찍습니다.

인근 ‘헬기부대’와 ‘향기’
마운틴 코스 2번 홀 그린에서는 인근의 군부대에서 헬리콥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이 보이곤 합니다. 당연히 헬리콥터 소리가 들릴 때도 있지요. 또한 코스 근처에 가축을 기르는 곳이 있는지 자연스러운 냄새가 바람을 타고 넘어올 때가 간혹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골프는 본디 버려진 땅에서 하는 것에서 시작되었고, 바람이 심하고 기후가 척박한 곳이 오히려 골프의 정신에 잘 맞는 코스 자리라고도 합니다. 거론하지 않아도 될 소음과 냄새에 대해 굳이 적는 까닭은, 이 소리와 냄새 정도의 극히 사소한 것들은 이 코스의 빼어남을 손상하지 못한다는 것을 미리 못박아 두기 위한 노파심으로 이해해 주시지요.

▶덧붙임 - '진품'과 '명품'
흔히 ‘명품’이라는 말 붙이기를 좋아합니다. ‘럭셔리’라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명품 시늉’ 하는 것들이 오히려 ‘명품’이나 ‘럭셔리’를 더 많이 말합니다. 그것은 오히려 열등감의 표현이거나 이루지 못한 동경의 내비침일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진정한 명품'들은 대개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열등감을 자극해서 만들어진 것도 아닙니다. 기본적으로는 진정한 품질을 갖춘 진품(眞品)의 단계를 거쳐, 귀하게 가치 있는 진품(珍品)의 반열에 오르고, 그 다음엔 그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궁극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명품(名品)으로 통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겠습니다. 이런 단계를 선명하게 밟아 이뤄낸 명품은 당연히 고유한 기질과 기준, 그리고 가치관이 있기 마련입니다.

세계적으로 ‘명품’으로 인정받는 골프장 가운데는 퍼블릭 코스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사우스 스프링스CC’는 명품이라 강조하여 부르지 않아도 누구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진품'이랄 만합니다. 반드시 세계적 명품이 될 필요는 없으나 세계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좋은 퍼블릭 코스로 자리매김 해나가게 되길 바랍니다.


글과 사진 류석무
글쓴이는 '스토리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하는 일이 골프에도 다소 관계를 맺고 있어서 골프 상식에 밝고, 업무상 골프장을 자주 다니다 보니 골프 문화에도 기여하겠다는 생각에서, ‘도화도주’라는 필명으로 골프에세이와 탐사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 탐사기에 대한 의견은 글쓴이에게 이메일(smyou21@naver.com) 보내 주셔도 감사히 받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컨텐츠는 계절마다 업데이트하여 재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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