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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오뚝이 최혜용, 2부 투어에서 다시 뛴다
엔터테인먼트| 2020-01-21 11:31

최혜용(30)은 오래된 골프팬들이라면 다 아는 엘리트 골퍼다.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따냈고, 생애 단 한번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왕도 받았다. 하지만, 모든 인생이 그렇듯이 최혜용도 여러차례 내리막길을 걸었다. KLPGA 통산 2승을 가지고 있는 최혜용은 2013년 샷과 퍼팅 난조가 겹치면서 시드를 잃고 2014, 2015년을 2부 투어에서 보냈다. 최혜용은 2부 투어에서 시간을 보내고 와서 1부 투어에서 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상금도 크고, 코스 관리도 훨씬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경비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게다가 2부 투어는 그린피를 내야 하는데, 1부 투어는 대회 참가비만 내면 되고 대회에서 아침, 점심을 제공해주다 보니 식비도 절약되는 것이다. 2부 투어를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1부 투어는 규모와 지원이 크다 보니 그만큼 혜택이 많은데, 그걸 당연히 누리고만 살았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2016년 1부 투어로 돌아와 투어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말 투어 카드를 잃고 올해 다시 2부 투어로 돌아가게 됐다. 일반적으로 두번째로 시드를 잃게 되면 많은 선수들이 투어의 길을 접고 다른 길로 돌아선다.

하지만, 시즌 마감 후 만난 최혜용은 아직도 투어에 대한 꿈이 확고했다. 공이 너무 안 맞았고, 부상도 있고, 마음이 힘들었어도 아직 해볼만 하다는 것. 무엇보다 내 골프를 아직도 제대로 못쳐봤다며 본인이 원하는 게임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성적이 떨어지면 바로 내쳐지는 처절한 스폰서 시장에서 그간 수년간 후원을 해주었던 메디힐에서 2부 투어를 뛰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후원을 해줘서 더 힘을 내 운동중이라고 했다.

선수로서 시드를 잃는 건 불명예스러운 일이지만, 그 경험에서도 최헤용은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그치지 않는 느낌이었다. 화려한 선수 생활을 했을 때는 알지 못했던 세상도 보게 됐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느끼는 차가움과는 또다른 세상의 차가움도 느껴졌다. 사람들의 시선과 예전과는 달라진 태도들, 주변의 실망과 비판들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이 더 최혜용을 골프에 매달리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어릴 때 시작해서 맹목적으로 승부를 좇아 갔던 골프가 아니라, 삶의 수많은 접점들을 통해 계속해서 골프를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중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늘 응원해주는 팬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들어 있었다.

최혜용은 올해는 따로 특별한 전지훈련 없이 국내에서 체력 훈련을 통해 몸만들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큰 주목을 받기는 쉽지 않은 2부 투어지만, 그곳에서도 계속해서 꿈을 향한 도전과 열망은 세계 1위 못지 않다. 최혜용을 비롯한 모든 2부 투어 선수들이 세상 풍파에 흔들리지 않도록 더 마음이 단단해지고, 실력을 향상시키는 한해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KLPGA 프로·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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