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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리그 팀 분석] ‘4년 전’ 기적의 주인공 레스터시티
뉴스| 2020-04-08 08:24
[헤럴드경제 스포츠팀=황도연 기자] 4년 전, 레스터시티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기쁨도 잠시, 레스터시티는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잦은 감독 교체로 리그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올 시즌, 우승 시즌보다 한층 더 강해진 모습으로 팬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레스터시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리그가 중단되기 전까지 리버풀과 맨시티에 이어 리그 3위, 득점 3위, 골득실 3위를 기록하며 완벽히 강팀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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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아스톤빌라전, 브랜든 로저스 감독이 선수들에게 전술지시를 내리고 있다. 로저스 감독은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의 전술철학을 레스터에게 입혔다.[사진=레스터시티]


브랜든 로저스, ‘역습’에서 ‘점유’의 레스터로
올 시즌, 레스터의 무서운 상승세의 중심에는 사령탑 브랜든 로저스가 있다. 로저스가 부임하기 이전 팀을 맡았던 크레이그 셰익스피어와 클로드 퓌엘은 기존에 레스터가 가지고 있던 선 수비 후 역습 위주의 전술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로저스는 달랐다. 셀틱 부임 시절 성공을 맛본 본인 특유의 패스와 점유율 축구를 레스터에 입혔다. 레스터는 이제 역습에만 의존하는 팀이 아닌,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며 경기를 주도하는 공격적인 팀이 됐다.

레스터는 리그에서 맨시티(61.6%), 리버풀(59%), 첼시(57.4%)에 이어 높은 볼 점유율(54.4%)을 가져가는 팀이다. 또한 패스 성공률은 82.4%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로저스 감독의 전술이 제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본인들의 강점이었던 날 선 역습도 보여주고 있다. 강팀을 상대할 때 로저스 감독은 점유율과 패스에 집착하지 않고 시원한 역습축구를 구사한다. 레스터는 역습부터 점유율 축구까지 전술의 폭이 훨씬 넓어졌고 상황에 따라 매우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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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찰라르 쇠윈지가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쇠윈지는 매과이어의 공백을 완벽히 지우며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레스터시티]


동화시즌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스쿼드
레스터의 상승세에는 전술의 영향도 크지만 필드 위에서 로저스의 전술을 직접 구현하는 선수들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최전방의 제이미 바디는 19골로 리그 득점 1위를 달리며 여전히 존재감 뽐내고 있다. 중원은 유리 틸레만스, 윌프레드 은디디, 제임슨 메디슨이 책임진다. 이 세 선수는 4년 전 은골로 캉테와 드링크워터가 보여준 강한 임팩트 못지않게 창의적이고 밸런스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아요예 페레스와 하비 반스는 좌우 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공격과 중원에서의 활약만으로는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다. 수비의 안정감이 중요한데, 레스터의 벤 칠웰, 찰라르 쇠윈지, 조니 에반스, 히카르도 페레이라로 이어지는 포백 라인은 매우 견고하다. 매 경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오히려 상대 공격진을 압도한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바로 쇠윈지다. 해리 매과이어가 맨유로 이적하며 공백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쇠윈지가 완벽히 메꿨다. 쇠윈지는 빠른 속도와 몸싸움 능력이 장점이다. 만 23세로 나이는 어리지만 상대의 경로를 미리 파악해 끊어내는 능력은 물론 로저스 감독이 중요시하는 후방 빌드업 능력도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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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레스터 선수들이 모여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사진=레스터시티]


준수한 백업자원, 완벽한 강팀으로 변모하다
4년 전, 우승 당시 레스터는 확고한 베스트 11이 있었다. 문제는 백업 자원이 부족했다는 것.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며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든든한 백업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수비에서는 우승 주역이자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웨스 모건이 버티고 있고 중원에서는 함자 초우두리, 더머레이 그레이 등 뛰어난 재능의 젊은 선수들이 있다.

최전방은 켈레치 이헤아나초가 받쳐준다. 레스터는 든든한 백업 자원을 보유함으로써 팀이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레스터는 리그에서 더 이상 복병이 아닌 완벽한 강팀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레스터는 기적의 우승을 달성한 이후,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히려 지난 3년간 더욱 단단해졌다. 전술적인 변화는 물론 선수단의 세대 교체에도 성공했다. 이제 레스터는 강등을 걱정하는 팀 혹은 중위권에서 순위를 유지하는 팀이 아닌 당당히 리그 4위권,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릴 수 있는 팀이 됐다.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레스터가 또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되는 가운데 앞으로 레스터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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