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검색
닫기
‘예상 밖 순항’ 상주 김태완호 비결은 ‘자율 속 믿음’
뉴스|2020-07-20 12:30
이미지중앙

상주상무의 올 시즌 경기력이 뛰어나다. [사진=상주상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었는데 이제는 감독님만 믿고 따라가고 있다”

상주상무 선수들의 이야기다.

□ 起(기): 시작도 전에 강등확정 상주상무, 올 시즌 괜찮을까?
상주는 ‘하나원큐 K리그1 2020’ 절반이 지난 현재 3위를 기록하며 전북 현대, 울산 현대의 뒤를 이어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예상치 못한 선전이다. 시즌 전부터 상주의 동기부여 문제가 불거졌었다. 상주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내년부터는 김천으로 연고를 이전해 성적과 관계없이 K리그2로 자동 강등되기 때문이다. 1라운드 개막전 울산과의 경기에서 0-4로 대패하며 우려했던 동기부여 문제가 현실이 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주는 원 팀을 만들어갔다. 1라운드 최하위(12위)로 시작했던 상주는 2, 3라운드에서 차례로 강원, 광주를 제압하며 차곡차곡 승점을 쌓아나갔다. 지난달 13일 열린 6라운드 포항전에서 2-4로 시즌 두 번째 패배를 당하며 성장통을 겪었지만 상주는 이때도 주눅 들지 않았다.

김태완 감독은 이날 패배에도 불구하고 멀티골을 기록한 오세훈의 득점을 칭찬하며 팀 재건에 전력을 다했다. 이후 서울, 성남을 차례로 꺾고 수원 원정서 창단 이래 첫 연승을 따냈다. 상주의 징크스 극복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5일 전북과 홈경기서도 사상 첫 홈 승리를 거두며 승점 3점을 챙겼다.

이러한 결과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결과 그 자체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춘 감독의 지도철학이 한몫했다. 김태완 감독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좋으면 결과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승패보다 선수 개개인의 성장과 팀 전체의 발전에 초점을 맞춰 지도하고 있다. 훈련에서도 선수들이 과정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미지중앙

상주상무 김태완 감독. [사진=상주상무]


□ 承(승): 하고 싶은 거 다 해~ 결과는?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분위기 쇄신을 위해 누군가는 책임을 진다. 승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프로의 운명이자 냉정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 냉정함을 잠시 넣어두고 김태완 감독은 조금은 이상적일지도 모르는 ‘행복축구’를 실현하고자 한다. 올해로 상주와 인연을 맺은 지 10년 차인 김태완 감독은 선수들이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그라운드 내에서 즐겁게 축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지녔다.

선수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지도하는 덕분에 선수들 또한 감독을 신뢰하고 의지한다. 김 감독은 그라운드 안에서 하고 싶은 것을 자신 있게 역량을 펼치라고 지도했다. 첫 시도이기에 시행착오도 겪었다. 경기장 내 11명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도, 하고 싶은 것도 달랐기에 처음에는 불협화음이 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해결을 위해 김 감독이 큰 틀을 잡았고 그 속은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채우면서 서로 맞춰갔다. 선수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지도철학 덕에 선수들은 훈련 시간이 마냥 즐겁다.

상주 센터백 권경원은 “상주는 지금까지 내가 거쳤던 팀들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도전이 가능한 곳이다. 일례로 중앙 수비수인 나는 프리킥 같은 공격 상황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본 적이 없는데 상주에서 처음으로 해봤다. 잘 하지 못하더라도 도전을 통해 발전의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 기량과 팀 기여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감독님은 이러한 기회를 주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기량을 맘껏 펼쳐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김태완 감독의 ‘행복축구’.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축구를 즐기는 덕일까. 결과까지 따라왔다. 이에 대해 선수단은 “감독님께서 편한 마음으로 축구를 할 수 있게 기반을 만들어 주신 덕분이다. 하고 싶은 축구를 재밌게 그리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셔서 더욱 시너지를 발휘하지 않았나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지중앙

강상우가 득점 후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상주상무]


□ 轉(전): 뜻밖의 기록 대행진 ‘강상우-이창근’

올 시즌 상주는 현재 리그 3위, 홈경기 승률 83%(전북에 이어 2위)로 역대 최고 경신, K리그 최다 무실점(7경기), 울산과 함께 K리그 최다 연속 무실점(7R 서울전~10R 전북전) 등 수많은 팀 기록을 쏟아냈다. 리그를 거듭할수록 조직력이 갖춰졌고 자연스레 개인 기량까지 함께 성장해 선수들 역시 주목받고 있다.

강상우는 8경기 만에 3골 2도움으로 5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해 2018년 자신의 최고기록과 동률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이후 꾸준히 득점과 도움을 통해 현재 12경기 출장 5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더욱이 11R까지 MOM 4회 선정, BEST11 5회 선정, MVP 1회 선정으로 주니오(울산), 세징야(대구)에 이어 K리그 개인상 순위 3위에도 올랐다. 용병을 제외한 국내 선수 중 1위이다.

강상우는 “사실 시즌 시작 전 동계훈련 때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계속 승리를 하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팀적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또한 감독님께서 개인적으로 정확하게 전술과 포지션에 대해 설명을 해주셔서 이러한 기록도 달성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이창근 역시 기록을 경신중이다. 조현우(울산)와 함께 K리그 GK 최다연속 무실점 골키퍼에 공동 1위로 이름을 올렸고 경기당 실점률 0.75로 송범근(전북), 조현우에 이어 선방 순위 3위에 랭크됐다.

이미지중앙

상주상무 선수단이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상주상무]


□ 結(결): 끝없이 펼쳐질 상주의 이야기

아직 리그 10경기가 남아있다. 파이널 라운드까지 합하면 잔여 경기 수는 더 늘어난다. 2020 시즌 김태완 감독 지휘 하에 선수들의 행복축구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단순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프로 세계에서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상주에서 몸소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행복축구를 팬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무관중 경기로 선수들은 그라운드 내 팬들과 호흡하지 못했다. 팬들이 아쉬워하는 만큼 선수들 역시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서포터들과 희노애락을 함께할 날을 손꼽는다.

올 시즌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인 강상우는 지난 5일 열린 전북전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팬들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홈에서 전북을 사상 처음으로 꺾어 정말 기뻤지만 팬들과 함께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코로나19가 진정세를 찾으면 하루빨리 팬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호흡하고 싶다.”

상주는 올 시즌 상승가도를 달리며 승점 24점으로 창단 이래 K리그1 최고 승점을 기록 중이다(12R 기준). 창단 이후 최다 승점인 55점을 달성했던 2019년보다도 7점이 높다. 리그 전체 경기 수가 줄어 최고 승점의 역사를 다시 쓰기는 어렵겠지만 분명한 것은 강등이 확정된 상황 속에서도 최선으로 최고의 결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경기력을 통해 상주라는 팀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김태완 감독의 바람처럼 선수들은 화끈한 경기력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올해를 끝으로 상주는 10년 역사의 막을 내리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sports@heraldcorp.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