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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개막했는데…MLB, 확진선수 속출
엔터테인먼트| 2020-08-03 11:20
지난 1일(한국시간) 시애틀의 홈구장 전광판에 오클랜드와의 경기에 앞서 ‘안전하고 건강하라’는 당부의 메시지가 게시됐다. [AP 연합]

어렵게 개막한 미국 메이저리그가 방역수칙을 가볍게 여긴 선수들이 대거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달 애틀랜타와 연습경기에 나섰던 마이애미 말린스 선수들이 호텔 바에 모이고, 호텔 밖에 외출을 하는 등 메이저리그의 방역수칙을 어긴 것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달 23일 메이저리그는 시즌을 60경기로 단축한 채 개막했다.

풋볼, 농구, 아이스하키와 함께 미국 4대 스포츠 중 하나이자 가장 친숙한 국민스포츠나 다름없는 야구지만 걷잡을 수 없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미국이다보니 정상적인 개막은 불가능했다. 한국프로야구 중계권을 사고 이를 중계하며 갈증을 달래던 메이저리그는 선수노조와 사무국이 지리한 협상 끝에 지난 달 23일에야 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장거리 이동을 피하기 위해 리그내 팀이 아닌 동부 중부 서부 간 경기를 치르고, 포스트시즌 진출팀도 늘렸으며, 승부치기, 원포인트릴리프 금지, 지명타자 폐지 등 다양한 ‘특별 규정’을 도입했다.

모두 불가피한 변형 시즌을 그나마 안전하고, 승부의 긴장감을 유지한채 치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마이애미 선수들의 일탈로 ‘미니시즌’조차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모를 위기에 처했다.

미국 CBS 스포츠가 지난 1일(한국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마이애미 선수들이 애틀랜타 원정 중 호텔 바에 모이고, 일부는 호텔 밖으로 나가는 등 MLB 사무국이 정한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 마이애미 선수단의 집단 감염은 개막 3연전을 치르고서야 뒤늦게 알려졌다.

현재 마이애미 선수단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0명을 넘었다. 필라델피아도 확진자가 나왔고, 김광현이 속한 세인트루이스도 확진자가 발생해 이틀연속 경기가 취소됐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선수노조에 엄격하게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따르지 않으면 리그를 중단하겠다고 경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또 각 구단에 선수들의 행동을 감독할 ‘준법 감시인’을 지정하라고 지시했다. 준법 감시인은 선수단과 동행해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들이 코로나19 수칙을 준수하는지를 살핀다.

확진자 발생으로 경기가 취소되고, 대진이 바뀌는 등 불안감이 커지자 올시즌 불참하겠다고 선언하는 선수도 나왔다. 밀워키의 로렌조 케인은 “주변에 위협이 도사리고 있어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며 올시즌 경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각 구단에 일단 경고메시지를 보낸 MLB 사무국이지만 어떻게든 시즌을 치르려는 의지는 여전하다.

MLB 사무국은 “다음 주에는 마이애미와 필라델피아도 경기를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21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마이애미는 지난 달 28일부터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상태지만 5일부터 경기를 재개한다.

마이애미는 주전 선수들이 대거 이탈함에 따라 마이너리그는 물론 독립리그까지 손을 뻗쳐 대체선수를 구해야하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은 그 심각성에 비해 사무국이나 선수들의 대응이 충분치 못하다는 인상이 짙다. 많은 미국인들처럼 선수들이 바이러스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한두명의 확진자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마이애미 사태를 거울삼아 철저히 대비하지 않는다면 올시즌 메이저리그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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