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유튜버의 ‘엄마 몰래’ 콘텐츠…“이대로 괜찮나요?”
2021-02-11 11:49


유튜브에서 ‘키즈 콘텐츠’가 이용자들의 큰 호응을 받으면서, ‘부모 몰래’라는 주제로 심야시간에 이뤄지는 ‘먹방’이 최근 대세로 떠올랐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 과정에 부모가 개입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종의 가학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튜브[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늦은 시간 엄마 몰래 나가서 신나게 놀기!” “새벽 4시 엄마 몰래 라면 끓여 먹기!”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 어린이 크리에이터가 제작하는 ‘키즈 콘텐츠’가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인기를 끌고 있는 ‘엄마 몰래’ 콘셉트가 이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10일 유튜브에 ‘엄마 몰래’라는 키워드로 영상을 검색하면 ‘심야 먹방’이나 ‘집 탈출’ 등 소소한 일탈을 주제로 삼은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성년자 크리에이터가 혼자, 혹은 형제자매와 함께 부모 몰래 라면 등 야식을 먹는 콘텐츠가 가장 일반적이다. 친부나 성인 친척이 동행해 제작한 콘텐츠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모 몰래 진행하다가 들키는 장면까지 반영해 제작됐다. 이같은 콘텐츠는 3년여 전부터 유행을 타며 큰 인기를 끌었고, 올 들어서도 신규 콘텐츠가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이같은 콘텐츠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부모 몰래’ 이뤄진다는 점에서 영상 속 행동은 또래 어린이들에게 장려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새벽 4시에 일어나 라면을 끓여먹는 식이다. 만약 이 과정에 부모가 개입했다면 일종의 가학적 요소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부모 몰래’ 콘텐츠를 게재한 유튜버와 지인이라는 한 누리꾼은 “당연하다고 생각겠지만, 부모와 아이들이 미리 설정을 짜놓고 찍은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6살 쌍둥이 자매가 등장하는 한 유튜버 채널은 아이들이 먹기 힘든 대왕문어 먹방 영상을 게재했다가 누리꾼들로부터 가학적이라는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후 아이들의 부모는 구독자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한 후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유튜브]

사실 키즈 먹방 콘텐츠가 가학적 요소를 지적받은 것은 수년 전 부터다. 미취학 쌍둥이 자매의 부모가 운영하는 구독자 80여만명의 한 채널은 지난 2019년 성인이 먹기에도 힘든 대왕문어 먹방 영상을 올려 누리꾼의 질타를 받았다. 몸무게 15㎏의 쌍둥이가 10㎏의 대왕문어를 먹는 영상인데, 치아가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에게 질긴 문어를 통째로 주는 부모의 발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남의 가정사에 너무 참견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옹호에도 불구하고, 결국 쌍둥이의 아버지는 “유아 채널인 만큼 더욱 조심했어야 했다”며 사과 메시지를 남기고 영상을 삭제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두 살 아이에게 탄산수를 먹이는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한 유튜버도 있다. 부모는 “톡 쏘는 매력을 가지기 위해선 톡 쏘는 음료를 마실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중간에 “이건 물이 아니야, 탄산수야”라고 설명하긴 했지만, 계속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에게 부모는 “후회 안해? 먹어봐야 정신 차리지”라며 결국 탄산수를 먹인다. 그뒤 아이는 놀라 울음을 터트린 뒤 주저앉았고, 영상에는 ‘시련에 빠진 두살’이라는 자막이 달렸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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