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눈치보기?” 中역사왜곡 비판 방송 콘텐츠 십수년간 전무!
2021-02-16 18:42


지난 2006년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을 수상했던 ‘느낌표 스페셜, 위대한 유산 74434’의 방송 화면. MBC가 제작한 해당 방송은 우리 땅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7만4434점의 우리 문화유산들을 소개하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중국의 역사왜곡을 지적하는 수작 방송 콘텐츠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누리꾼들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MBC]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누군가 ‘국뽕’이라고 욕할지라도 시원시원했는데...요즘들어 그런 프로그램이 그립네요.”

최근 중국 네티즌들이 김치와 한복, 심지어는 설명절까지 ‘중국에서 비롯된 문화’라고 주장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역사왜곡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중국의 노골적인 역사왜곡 시도에 분노하는 이들이 네티즌들 뿐이냐는 허탈감이 묻어있다.


중국 게임사가 출시한 캐릭터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니키'는 한국에 게임을 출시하며 게임 캐릭터에 적용되는 의상 중 이벤트로 한복을 출시했다. 이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한복은 중국 소수민족 의상이니 중국 옷이다"는 등 주장을 했고, 게임사 측의 한복 아이템 파기, 회수 및 환불 조치에도 불만과 탈퇴가 끊이지 않아 결국 한국판 서비스는 종료됐다. [서경덕 교수 제공]

1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을 수상한 프로그램의 내역을 확인해본 결과, 지난 2008년 이후 중국의 역사왜곡을 지적하는 내용을 전면에 내건 프로그램이 수상한 사례는 전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심위는 인터넷 플랫폼을 포함한 모든 매체를 통해 방송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매월 우수 5~6개 프로그램을 선정해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을 시상한다. 2008년 8월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관련 업무를 이관받아 심사위원회를 꾸렸고, 이후 십수 년째 시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 해에만 60여개의 프로그램이 상을 받아 누적 수상 프로그램이 800여개에 달하지만, 그 중 중국의 역사왜곡을 꼬집은 수작(秀作)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사실 역사 콘텐츠는 수상 리스트의 단골이다. 심사기준 중 ▷시청자의 건전한 가치관 정립에 기여 ▷국민의 교양과 정서함양에 기여 ▷민족문화의 보존, 발굴과 창조적 개발에 기여 등을 고려하면 우선 주목받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11월에 상을 받은 58개 콘텐츠 중 15개가 역사 관련 콘텐츠였다. 하지만 각각 70주년, 40주년을 맞은 6.25 전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콘텐츠 제작사의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중국의 역사왜곡을 지적하는 콘텐츠가 꾸준히 제작되고 업계의 호평을 받았던 사례를 찾으려면 2000년대 초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는 중국이 2002년부터 추진했던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전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던 때다. 동북공정은 ‘동북 변경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과제(공정)’을 일컫는 말로, 현재의 중국 국경 내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고구려, 발해 등)를 국가적 차원에서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였다.

관련해 제작된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2006년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을 수상했던 ‘느낌표 스페셜, 위대한 유산 74434’이다. MBC가 제작한 해당 방송은 우리 땅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7만4434점의 우리 문화유산들을 소개하며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프로그램은 ‘깨어나라! 고구려의 후예들이여!’ 등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당시 제작진은 “동북공정에 맞서는 첫걸음은 우리 스스로 동북공정의 허구성과 한민족 최대 제국이었던 고구려의 참모습을 아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제작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6년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을 수상했던 ‘느낌표 스페셜, 위대한 유산 74434’의 제작의도 설명 페이지 [MBC]

지난 2018년 ‘700회 특별기획 - 우리가 찾은 역사 이야기’를 방송하며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던 KBS 라디오 한민족방송도 과거 동북공정 이슈를 다룬 적 있으나, 2004년 첫방송(제1편, 빗나간 프로젝트 동북공정)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밖에 다큐멘터리 전문 ‘히스토리채널’이 2006년 중 5일에 걸쳐 동북공정의 실체를 밝히는 토론 및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내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에는 중국 역사왜곡과 관련해 사회적 관심을 일으킨 콘텐츠가 없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최근까지 중국의 역사왜곡 시도가 현저히 줄었는가 돌아보면 그렇지도 않다. 한중 양국은 2004년 외교차관 회담을 거쳐 중국으로부터 “정부 차원의 왜곡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구두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중국 중앙정부와는 관계 없는 지방 차원의 학술 연구’를 명목으로 후속 연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3년에는 고구려의 수도였던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 시에 중국 내 첫 고구려 박물관이 세워졌는데, 박물관 로비에 ‘한나라 무제가 고구려 현을 설치하고 관할 아래 두었다’고 소개하는 글귀가 적혀있는 등 역사 왜곡으로 가득했다. 지난 2018년에는 동북아역사재단이 ‘동북공정 이후 중국의 고구려사 연구 동향’을 출간했는데, 오히려 중국의 고구려 역사 연구는 현재까지 오히려 확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담았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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