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45)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 우아한형제들은 18일 김 의장이 세계적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봉진 의장과 부인 설보미 씨. [연합]
국내 최대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만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1조원 단위 자산가 반열에 오른 김 의장이 기부할 금액은 최소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김 의장은 자신의 부인 설보미 씨와 함께 ‘더 기빙 플레지’로부터 공식 기부 서약자로 인정받았다. ▶관련기사 3면
주요 서약 내용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교육과 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결,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를 돕는 조직을 만드는 일에도 나설 계획이다.
더 기빙 플레지는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운동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앨런 머스크 등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의 약 75%는 빈손으로 시작해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들이다.
현재 24개국, 218명(부부, 가족 등 공동명의는 1명으로 산정)이 더 기빙 플레지를 통해 기부를 선언한 가운데 김 의장 부부는 한국 첫 사례가 됐다. 동시에 한국이 25번째 참여국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김 의장은 서약서에서 “저와 저의 아내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며 “이 기부 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 기부 결심의 이유로 “대한민국에서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 측은 지난해 10월 재산 기부에 대한 뜻을 굳히고 더 기빙 플레지 참여 방법을 타진하기 시작했지만 최종 참여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국내 대표 기부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도움을 요청했고, 사랑의열매는 글로벌 기부 연합체 세계공동모금회(UWW)를 연결해줬다.
이후 빌 게이츠와 막역한 사이인 브라이언 갤러거 UWW 회장이 더 기빙 플레지를 실질 관리하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관계자를 연결해 주고 나서야 연락이 닿기 시작했다. 이후 갤러거 회장은 김 의장과 화상으로 의견을 나눈 뒤, 지난해 12월 김 의장 추천서를 더 기빙 플레지 관계자에게 전달하면서 김 의장 공식 서약 절차가 본격 시작됐다.
김 의장은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되던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더 기빙 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꿨는데 무척 감격스럽다”며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감회를 전했다.
김 의장은 이번 기부 선언과 별도로 앞선 2017년 100억원 기부를 약속한 바 있다. 이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사랑의열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등 재단·협회를 비롯해 월드투게더, 밥퍼나눔운동본부, 서울예술대학 같은 NGO(비정부기구), 학교 등에 총 100억3100만원을 기부했다. 정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