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미 밤잠 설치게 하는 '테슬라 대항마' [TNA]
2021-02-21 10:01


올해 들어 한국 주식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해외주식 순위에 처칠캐피탈IV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처칠캐피탈은 '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업체 루시드모터스와의 합병설이 나오면서 주가가 연초 대비 427% 폭등했다. 김현일 기자.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해외 원정투자에 나선 ‘서학개미’들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매수한 해외주식 순위에는 낯선 종목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바로 '처칠캐피탈IV(CHURCHILL CAPITAL CORP IV)'이라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다. 처칠캐피탈IV 주가는 19일(현지시간) 52.94달러로 마감해 연초 10.04달러 대비 무려 427% 폭등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1위)와 애플(3위) 다음으로 처칠캐피탈IV을 가장 많이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초 이후 매수금액만 6억9312만달러, 우리 돈으로 7650억원(19일 기준)에 달한다.

시가총액 137억달러(15조원) 규모의 처칠캐피탈IV이 전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미국 전기차업체 루시드모터스와의 합병설 때문이다. 루시드모터스가 처칠캐피털IV과의 스팩합병으로 우회상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난 달부터 나오면서 처칠캐피털IV 주가가 크게 뛴 것이다.

루시드모터스는 아직 차량 인도조차 시작하지 않았고, 재무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2의 테슬라 대박'을 꿈꾸는 이들은 루시드모터스의 증시 입성을 고대하며 처칠캐피탈IV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루시드모터스는 테슬라의 대항마이자 경쟁사를 자처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어 왔다. 루시드모터스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테슬라에서 수석엔지니어로 일했던 피터 롤린슨이다. 우리에게는 지난해 2월 LG에너지솔루션이 루시드모터스에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한다고 발표하면서 잘 알려졌다.

루시드모터스는 올해 출시 예정인 럭셔리 전기차 '루시드 에어'를 앞세워 테슬라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선포했다. 최고가인 '루시드 에어 드림 에디션' 가격은 16만9000달러(약 1억8600만원)에 달한다.


루시드모터스의 최고경영자(CEO) 피터 롤린스. [루시드모터스 홈페이지]

로이터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루시드모터스는 처칠캐피탈IV과 합병할 계획이며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120억달러로 인정받았다고 보도했지만 양사 모두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처칠캐피탈IV과 같은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 시 제대로 된 검증없이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수소차 제조업체 니콜라 역시 한 대의 차도 팔지 않았지만 수소시장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해 우회상장으로 나스닥에 입성했다가 '사기극 논란'에 휘말려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19일(현지시간) "게임스톱 사태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기회주의적 헤지 펀드와 함께 처칠캐피털IV의 주가를 높이고 있다"며 "처칠캐피탈IV 가격이 더 상승할수록 루시드모터스가 합병 조건을 재협상하려는 유혹을 더 많이 받게 돼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를 실망시키면 투자자들은 또 다른 후발 전기차 회사를 찾아 나설 것이다. 그만큼 주변에 전기차 회사는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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