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의 현장에서]상장 앞둔 쿠팡과 타다·배민 학습효과
2021-02-24 11:11


“쿠팡플렉스 파트너와 음식배달 파트너들을 독립계약업체로 분류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 문제를 방어하고 해결하는 과정과 비용이 당사 사업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쿠팡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고서(S-1)를 통해 이처럼 설명했다. 기업은 상장에 앞서 투자자들에게 ‘위험요소’를 안내한다. 쿠팡은 일반인이 참여하는 쿠팡플렉스와 배달파트너를 노동자가 아닌 독립계약업체로 분류함으로써 최저임금 보장이나 산업안전 의무 등 사용자의 의무를 지지 않고 있다. 향후 이 같은 정책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이다.

스스로 살을 깎아내는 셈이겠지만 쿠팡은 노동 정책 변화 가능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 시장에 안내할 필요가 있다. 가능성을 크게 평가할 근거가 부족하지 않다.

승합렌터카 호출서비스인 타다의 사례를 보자. 인원 감축을 사유로 계약 해지를 당한 드라이버가 낸 구제신청에,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가 맞다”는 판정을 내렸다. 회사 측은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플랫폼 노동자로서, 우리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근로자가 아니고, 부당해고도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중노위는 “드라이버는 쏘카로부터 실질적으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봤다. 실질적 업무 지시(승객이 호출한 곳으로 이동)가 이뤄졌고 근무 결과에 따른 평가와 불이익도 주어졌던 점이 고려됐다.

해외 사례도 있다. 지난 19일 영국 대법원은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의 운전기사들이 자영업자가 아니라 노동자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만장일치 판결을 내렸다. 우버가 기사들의 임금과 계약조건을 정하고 노동 규율을 감시한다는 점 등을 주목해 기사들의 지위가 우버에 종속돼 있다고 봤다. 그간 우버는 기사들이 승객을 태우고 운전한 시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기사들이 앱에 로그인한 뒤 로그오프할 때까지를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했다.

쿠팡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배달을 예로 살펴보자. 물론 안내되는 콜을 잡을지 말지는 배달라이더에게 달렸지만 ▷콜을 계속 거부할 때 개인 평점이 깎인다는 점 ▷실시간으로 바뀌는 배달료를 통해 실질적으로 라이더의 근무를 제어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앞서 소개한 사례와 큰 차이가 없다.

이미 배달 부문 경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배달기사 노동조합 측과 노사관계임을 인정했다. 지난해 10월 관련 협약식에 참여했던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종합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현재 그는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다.

최근 쿠팡은 노동 관련 이슈가 집중 조명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는 모습이다. 곧 산정될 공모가격에 관련 불확실성이 반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결심하면 불확실성은 줄어든다. 비단 노동자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을 위해서도 그 결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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