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지난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이 경기 어려움으로 물건 납품 등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지급된 보험금이 최근 5년새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SGI서울보증이 지급한 이행보증 보험금은 565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이후 5년새 최대 규모다. 지난해 2, 3분기까지만 해도 보험금 지급액이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지만 4분기 들어 21.0% 급증했다.
SGI서울보증은 이행보증보험 외에도 납세, 인허가, 전세금 등 보증보험을 팔고 있다. 주력 상품인 이행보증보험은 사업자 간 물건 납품이나 대금 지불 등 거래가 지켜지지 않을 때 대비해 가입하는 상품이다. 보험에 가입한 사업자가 계약을 못 지키면 SGI서울보증이 거래 상대방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대체로 경기가 어려우면 계약 불이행에 따른 보험금 지급이 늘어난다.
특히 중소·개인사업자의 어려움이 컸다. 지난해 중소기업이 신청한 이행보증 보험금은 전체의 58.1%(3282억원)을 차지했다. 중소기업이 경기 악화로 거래 의무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어 개인사업자(37.0%), 대기업(2.9%) 순이었다.
업종별(개인사업자 제외)로 보면 도·소매업과 정보통신업 분야 기업들의 계약 불이행이 크게 늘었다. 도·소매업의 이행보증 보험금은 1004억원으로 전년 대비 23.0% 늘었다. 정보통신업은 같은 기간 무려 82.2% 증가했다.
서울시 종로구 SGI서울보증 사옥 [서울보증 제공]
보험금 지급이 늘자 SGI서울보증 손해율도 급등했다. 2016년까지만 해도 46.9%였지만 2019년 63.1%, 2020년 68.9%로 빠르게 올랐다. 최근 10여년 새 가장 높은 수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료 등 수입이 줄어든 것도 손해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SGI서울보증은 지난해 코로나19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공공발주 계약건 선금 보증에 대해 보험료를 20% 할인해줬다. 연체이자도 일부 감면했다. 세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업자들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납세보증서를 발급하기도 했다.
또 추심을 통한 환입 금액도 줄었다. 지난해 계약 불이행 사업자로부터 회수한 금액은 2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 어려움을 돕고 있는 상황에서 강하게 구상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SGI서울보증은 계약상 채권자인 기업에 보험금을 지급한 후 계약 이행을 못한 사업자로부터 추심한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계약 불이행 시점부터 약 3개월 간 2, 3차례 독촉한 후 보험금을 지급하다 보니 경기 어려움이 즉각 수치에 반영되지는 않는다”며 “또 보험금 청구 시효가 3년이라서 보험사고가 났다고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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