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최대 28조 예타 면제 누가 책임지나…野 “문대통령 선거개입” 논란도
2021-02-26 10:4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야권은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를 찾은 일을 놓고 선거개입 논란 등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야권과 학계에선 문 대통령이 최대 28조원 이상 추산되는 사업비의 예비타당성(예타) 면제를 뼈대로 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예타 생략 규모가 이미 위험 수준”이라는 우려의 말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관권선거의 끝판왕”이라며 “문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좌시하지 않고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을 찾아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보고’ 행사에 참석하고,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여권에서 주도하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놓고 “숙원이 하루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고 했다. 야당은 즉각 “대통령이 노골적인 선거개입에 나선 격”이라며 이 일정을 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여당 핵심 인사들이 동원된 ‘관권 선거’로 규정했다.

주 원내대표는 “선거 중립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도 내팽개친 사건”이라며 “‘청와대 하명수사’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하고, ‘드루킹’으로 대선 공작을 한 정권다운 태도”라고 했다. 이어 “여권은 대변인들을 내세워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야당을 공격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통령과 청와대가 선거운동본부 역할에 충실하다는 것은 전(全) 국민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야권과 학계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10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둔 예타 면제 규모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예타 면제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 이번 특별법에는 최대 28조6000억원 사업비가 예상되는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예타 면제와 함께 사전타당성 조사도 간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헤럴드경제가 기획재정부 등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2020년 12월 기준 문 정부 들어 예타 면제를 받은 사업은 모두 113개로 규모는 95조4281억원이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예타 면제 규모 합(86조1372억원)보다도 많다.

예타 제도는 대규모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기재부에서 사업 타당성을 객관·중립적 기준에 맞춰 먼저 검증하는 제도다.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예산 낭비와 사업 부실화를 막기 위해 도입했다.

경제학자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제도를 무너뜨렸다”며 “여당이 (알아서)법에 예타 면제 조항을 넣어줬으니, 책임질 일은 없다고 마음이 편한가 보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덕도신공항 예타 면제가 당장 선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추후 재정건전성 악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당장도 빚이 적지 않은 현 정부가 다음 정부에게 새로운 변수를 안긴 격”이라며 “원칙상 어느 정도 수요·편익을 계산한 후 예타 면제를 추진하는 게 맞다. (최악의 경우)소위 ‘4대강 사업’과 똑같은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염려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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