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코로나19 경제타격 이후 미국 실업률은 즉각 회복세를 보인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서야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고용시장 경직성 때문에 더디게 시작된 고용한파가 더 깊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실업률이 10.5%포인트 높았다. 미국 실업률이 당시 14.7%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같은 시점 우리나라는 4.2%에 불과했다. 그러나 미국은 직후 회복을 거듭했다. 지난달에서는 6.3%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급등을 시작해 5.7%를 나타냈다. 이제 실업률 격차가 0.6%포인트에 불과하다.
차이는 고용경직성이 만든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는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민간에서도 코로나19 타격 이후 고용을 쉽사리 줄일 수 없었다. 이후 공공일자리 대책까지 쏟아지면서 일부 실업률을 방어했다. 실물경제 악화와 상관없이 고용을 유지했다.
실제로 지난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임금근로 일자리동향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공공행정(17만7000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6만2000개) 등 일자리가 늘어났다. 공공행정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정부가 재정을 풀어 마련하는 일자리 사업에 직접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주로 50대·60대를 대상으로 한다.
코로나 위기가 단기간에 끝났다면 유효할 수 있는 대책이었지만, 사태가 발발한지 1년 가량이 지나고 이후에도 언제 정상화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버티지 못하는 기업이 나오면서 실업률이 급등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경직된 고용시장은 고용을 쉽게 줄일 수도 없지만, 쉽게 늘리지도 않는다. 특단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국내는 이제부터 더 깊은 긴 고용한파에 직면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경기반등을 외치는 정부 입장에서는 고용부진으로 말미암은 내수위축이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공일자리 사업으로 방어할 수 있는 국면이 지난 만큼 민간일자리 창출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이 이른 시일 내로 회복세를 보이지 않으면 경기반등은 커녕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지게 될 수 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고용경직성이라는 것은 타격과 회복시점에 대한 얘기”라며 “비교적 경직적인 국내시장에서 이제야 신호가 온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 저점이 아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문제는 경직적 고용시장에선 기업이 회복기의 고용도 머뭇거린다는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공공 일자리가 아니라 한시적으로라도 민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업을 독려하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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