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청. [연합]
[헤럴드경제=이홍석(인천)·주소현 기자] 9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20대 부부가 딸이 사망한 당일에는 절대 때린 적이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며, 아동학대치사 의혹을 부인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법정형이 강한 아동학대치사죄 대신 단순학대죄를 적용받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한 A(27) 씨와 그의 아내 B(28) 씨를 상대로 지난 3일 1차 조사를 했다. 조사에서 딸 폭행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피해자의 친모뿐 아니라 체벌한 적이 있다고 시인한 계부조차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씨 부부는 지난 2일 인천 중구 운남동의 한 빌라에서 딸 C(9)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아이가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듣지 않을 때 체벌을 하거나 체벌 대신 밥을 주지 않은 적이 있다”면서도 “훈육 목적이었다”고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반면 B씨는 “딸을 학대한 적이 없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회사원인 A씨는 C양이 사망한 당일인 지난 2일 오후 2시30분께 퇴근하고서 집에 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같은 날 오후 8시 57분께 자택에서 “딸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A씨가 신고할 때 B씨도 함께 집에 있었다. A씨는 당시 자신이 직접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모습을 소방서 상황실 직원에게 영상통화로 보여주기도 했다.
소방 당국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C양의 얼굴, 팔, 다리 등 몸 여러 곳에서 멍 자국을 확인한 뒤 A씨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C양을 체벌할 때 플라스틱 재질의 옷걸이를 사용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다른 범행 도구를 사용하거나 손으로 심하게 폭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는 C양 몸 곳곳에서 발견된 멍 자국이 플라스틱 재질의 옷걸이로 때렸을 때 생길 수 있는 상처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A씨는 전날 경찰 조사에서 “손으로는 절대 때린 적이 없다”며 범행 도구로 옷걸이만 언급했다.
아울러 A씨 부부는 “딸이 숨진 당일에는 전혀 때리지 않았다”며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성립하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이며 단순 학대의 경우 아동복지법 위반이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이다.
추가 조사 결과 B씨는 비교적 어린 나이인 20살에 전 남편과 사이에서 첫째 아이를 출산한 뒤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거했고, A씨와는 2017년 7월에 혼인을 했다. 전 동거남과 사이에서 C양과 첫째 아들(10)을 낳았으며 이들 남매는 2015년 경기 지역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2년 넘게 지내기도 했다. B씨는 경찰에서 “당시 전 남편이 군대에 가야 해서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했고 아이들을 보호시설에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가 나오면 A씨 부부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B씨의 진술이 다른 부분도 있다. B씨의 진술 중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도 있는 등 거짓말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어 계속 수사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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