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칼럼] 좋은 위기 낭비하지 마라
2021-03-08 11:34


연초부터 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상 한파로 인한 대규모 정전과 수도 공급 중단 사태로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반도체공장 조업이 한 달 넘게 중단되는가 하면, 인도 히말라야 산사태와 홍수로 인한 피해도 엄청나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최장의 장마와 역대급 폭염, 기록적 한파를 경험한 바 있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빈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쩌면 우리가 당면한 많은 문제 중에서 기후변화만큼 절박하고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도 없을 것이다.

사실 기후변화 문제가 더욱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덕분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기후변화로 인해 전염병이 전파되는 과정과 감염 행태가 바뀌었다고 밝혔듯이,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는 “인류가 지금처럼 에너지와 자원을 흥청망청 함부로 사용하는 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더 자주, 더 강력한 전염병이 올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구야, 미안해”라는 말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요즘이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첫 업무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탈퇴했던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복귀했고, EU 일본 중국 등 각국은 앞다퉈 수소사회와 탄소중립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RE 100(Renewable Energy 100) 참여와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대책 마련이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다.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마라(Never waste a good crisis).”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당면한 코로나19 팬데믹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마땅하다. 우리는 이미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정보화사회로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의 교훈을 바탕으로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K-진단, K-방역에 이어 순조로운 백신 접종으로 조만간 집단면역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부와 국민이 한팀이 돼 노력한 덕분이다.

이제는 앞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계획을 통해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지역뉴딜, 고용안전망 강화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K-진단과 K-방역을 통해 확보된 국제신인도를 바탕으로 K-바이오헬스 분야의 도약을 이루는 한편, 4차산업혁명의 파고에도 더디게 진행되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디지털 선도국가로 도약해야 한다. 이번 위기를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과 관성을 극복하는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2050 탄소중립’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에너지·자원 여건이 열악하고, 철강·정유·자동차 등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을 주력산업으로 하는 우리나라에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다. 정부와 민간이 한팀이 돼 긴밀하게 협력하지 않으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에서는 전문기관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가 차원의 ‘2050 탄소중립 기술 로드맵’ 수립에 착수했고, 각 부처는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한국판 뉴딜과 2050 탄소중립 성공을 위해 사회 각 분야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지혜를 모을 때다. 성패는 상당 부분 과학기술에 달렸다.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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