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이 대토보상을 노리고 땅 투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토지보상제도 개선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토지보상 전 과정을 살펴보면서 투기가 유입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대토보상 활성화 방안에는 협의양도인택지 공급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신도시 아파트 특별공급 자격을 주는 방안과 대토리츠를 활용해 토지주들이 아파트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시흥시 과림동 현장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 [연합뉴스]
협의양도인택지는 토지 수용 과정에서 협의에 잘 응해준 토지주에게 단독주택용지를 감정가 수준으로 우선 공급하는 땅을 말한다. 이는 신도시 예정지 내 1000㎡ 이상 면적의 토지를 소유한 토지주를 대상으로 한다.
최근 LH 직원들이 광명 시흥지구에 투자하면서 토지를 1000㎡ 단위씩 쪼개 나눠 가진 것은 협의양도인택지 신청요건을 맞추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LH 직원들이 아파트 특별공급을 노린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협의양도인택지를 받을 수 있는 토지주에게 아파트 특별공급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특공 물량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도 있다. 특공을 받으려면 입주자모집공고 전까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해야 하는데, 이후 전세살이를 감당할 만큼의 투자 매력이 높아야만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사람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은 땅만 가진 외지인에게 원주민과 동일한 혜택을 줘선 안 된다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거주자가 아닌 외지인에 대해선 협의양도인택지나 이주자택지, 생활대책용지, 아파트 특별공급권 등 대토보상을 하지 않거나 보상을 하더라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LH 등 공공기관 직원은 대토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양도인택지 대상에 제공된 아파트 특별공급권을 회수하는 방안도 추가로 언급된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광명 시흥에 투자한 LH 직원들이 협의양도인택지를 받는 문제에 대해 “LH 내규를 통해 이들에게 협의양도인택지나 이주자택지 등을 배제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연초 협의양도인택지 대상인 토지 보유 기준을 1000㎡에서 400㎡로 낮추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토지 보유 기준이 수도권은 1000㎡, 지방은 400㎡인데 이를 모두 400㎡로 낮추는 내용이다. 이런 규제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대토 보상 활성화 차원에서 대토리츠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한 바 있다. 토지주가 보상으로 받는 토지를 출자받아 설립되는 리츠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시행하고 그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만, 이 역시 제도를 잘 아는 업계 관계자 등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8월 보상 공고를 낸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에선 현재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고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은 올 상반기 공고가 나간다.
정부가 현 방식대로 대토보상을 활성화하면 이를 노린 투기수요가 몰려들고, 그렇다고 보상금을 늘리면 풀린 자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향할 수 있어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택지 개발과 토지보상 전 과정을 살피면서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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