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참사 10년…124만t 넘은 방사능 오염수 '후손에 큰 부담'
2021-03-10 15:22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쓰나미가 강타한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시계가 오후 2시 46분에 멈춰져 있다.[EPA]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1만8000여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낸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 10년을 맞는다. 여전히 사고는 수습되지 않고 있어 향후 원전 폐로에만 수백조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에서 지진→쓰나미→원전 폭발로 이어지는 사상 초유의 '삼중' 재난이 시작된 시각이다. 바닷가에 접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해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방사능 유출로 인한 바닷물 오염은 124만t을 넘은 것으로 집계된다. 수십년이 걸려도 지워지지 않을 방사능 피해는 고스란히 후손들의 짐이 될 전망이다.

동일본대지진은 일본 수도 도쿄에서 300㎞가량 떨어진 미야기(宮城)현 앞바다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은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규모 9.0을 기록했다.

20세기 이후(1900년 이후) 발생한 세계 지진 중에서 규모 9.5로 1위인 1960년의 칠레 대지진 등에 이어 4위에 오른 강력한 지진이다. 미야기현 앞바다를 중심으로 남북 약 500㎞, 동서 200㎞가량의 광대한 해저를 뒤흔든 이 지진의 진원은 바다와 육지의 지각판이 부딪힌 경계 지점이었다. 이 지진은 해저 지각을 뒤흔들어 쓰나미를 만들었다.

최대 파고 9.3m 이상으로 관측된 쓰나미는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 등 동일본 연안을 강타했다. 사망자 1만5899명과 실종자 2527명은 대부분 쓰나미에 의한 희생자다. 완전히 파괴된 건물이 12만1992호, 반파된 건물은 28만2920호에 달했다.

동일본 연안 마을을 휩쓴 쓰나미는 후쿠시마현 후타바(双葉)·오쿠마(大熊) 마을의 후쿠시마 제1원전도 덮쳤다. 원자로를 식힐 냉각장치 가동을 위한 비상용 발전기가 침수됐고, 원자로 4기 중 1~3호기에서 고노심이 녹아내리는 용융이 발생, 3월 12일 오후 원자로 건물의 수소가스가 폭발했다.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다량으로 누출됐다.

이 사고는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1986년의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최고 레벨(7)에 해당하는 '대재앙'이었다. 이 사태를 수습하려면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의 폐로 작업을 해야 한다. 이 작업에 최소 30~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 발생 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폐로는 물론이고 폐로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것은 난제다. 이 때문에 '폐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일본 언론은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는 오염수 문제다. 후쿠시마 제1원전 일대에서 용융된 핵연료 찌꺼기를 식히기 위해 투입되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끝없이 불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 마을에서 13대째 도자기업에 종사해 온 한 시민이 지난 8일 아수라장이 된 작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고 발생 10년이 지났지만, 갈 길이 먼 상황이다.[로이터]

일본 정부가 2051년을 목표로 추진중인 폐로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오염수는 하루 140t가량씩 불어난다. 현재 이렇게 쌓인 오염수만 124만t을 돌파했다. 이 오염수에는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방사능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가 함유돼 있다. 또한 일부 방사능 물질의 오염 농도가 법정 기준치를 초과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무한정 보관할 수 없다며 해양 방류를 준비하고 있으나, 주변 주민들이 반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루 평균 4000여명이 투입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6년 12월 내놓은 사고처리비용 예상치는 폐로 과정에만 8조엔(약 84조원)이 든다.

주민 피해 배상에 7조9000억엔,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원전 주변 제염에 4조엔, 오염물질 중간저장 시설 정비에 1조6000억엔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합친 사고처리비용은 총 21조5000억엔(약 225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6년 사고처리비용 예상치는 폐로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애초 잡았던 11조엔의 2배 수준이 됐다.

124만t을 돌파한 오염수가 내년 말이면 보관한계용량인 137만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이때쯤이면 해양 방류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공익사단법인 '일본경제연구센터'를 인용해 오염수 속 트리튬 제거 기술을 개발해 처리할 경우 약 40조엔이 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 현재 8조엔으로 예상된 폐로 비용은 총 51조엔 규모로 폭증하게 되고, 사고처리비용 총 액수는 81조엔(약 850조원)에 달하게 된다. 만약 방류하지 않고 보관 기간을 연장할 경우 연간 관리비용으로 1500억엔(약 1조6000억원)이 들 것이라고 전망됐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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