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창릉지구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혹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하는 가운데 도면이 한 차례 유출되고도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고양 창릉 신도시에도 LH 불똥이 튀었다.
일부 시민단체는 창릉 신도시 발표 직전 토지 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개발 정보가 사전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신설이 확정된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창릉역을 두고서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창릉신도시 발표 당시 국토교통부는 GTX역 신설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후 번복됐기 때문이다.
GTX역 신설 발표 이전 국토부의 창릉신도시 자료에 GTX 관련 내용이 여러 번 표기됐지만 당시 국토부와 LH는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하면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최근 “창릉역 신설에는 LH 임직원이 관여할 수 밖에 없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향후 경찰 조사 등 강제수사가 진행되면 가족을 통한 토지 매입 등 다른 투기 정황이 발견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1차 정부 조사에서 3기 신도시 토지 투기 의심 정황이 발견돼 경찰에 통보된 인원은 20명이다. 참여연대 등의 폭로를 통해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정부가 LH를 통해 가려낸 의심 거래자가 13명이었는데 정부 전수조사에서 7명이 추가된 것이다. 전부 LH 직원으로 국토부 직원은 대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명 중 광명·시흥이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양 창릉 2명, 남양주 왕숙, 과천지구, 하남 교산도 1명씩이었다.
이번 1차 조사는 본인이 직접 구입한 부동산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뤄졌다. 향후 경찰 수사에서는 국토부 공무원과 LH 직원의 배우자와 직계 가족으로 조사 대상이 확대돼, 경찰 수사나 추가 조사 과정에서 숨은 연루자가 더 나올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고양 창릉 지역의 LH 직원 투기 의혹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도면이 유출되고도 3기 신도시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창릉지구는 서울에 인접해 신도시 예정지 가능성이 컸던 지역이었지만 2018년 도면 유출 파문이 일면서 3기 신도시 1차 발표 때에는 빠졌다. 정부는 해당 지역 개발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1년 후인 2019년 5월 개발 계획에 있던 상당 지역이 포함된 창릉 3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됐다. 고양 덕양구 화전동 등 일대 813만㎡에 3만8000가구가 예정됐다.
시민단체들은 신도시 발표 직전 토지 거래량이 큰 폭 증가했다며 개발 정보가 발표 전 사전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고양 창릉이 있는 고양시 덕양구의 순수토지(건축물 제외) 거래량(매매·증여·교환·판결 포함)은 2019년 1∼4월 100∼200필지(건)을 기록하다가 신도시 발표가 있던 같은 해 5월 300건대로 뛰었다.
GTX A노선 창릉역 신설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GTX 창릉역 신설은 국토부가 지난해 말 3기 신도시 교통망 확충을 위한 교통 대책으로 확정됐다. 창릉역 건설비 1650억원은 신도시 사업자인 LH가 전액 부담한다.
고양시 1기 신도시 주민들로 구성된 일산연합회는 최근 감사원에 GTX 창릉역 신설에 대한 감사 청원을 제기했다.
연합회는 청원서에서 "GTX창릉역 신설의 시점은 창릉 3기 신도시 인접 부동산 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평가돼 왔다"며 "창릉역 신설 시기를 결정하는 창릉역 시설 비용 부담 주체와 관련한 의사결정에는 LH임직원 등이 필연적으로 관여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LH의 GTX창릉역 신설과 관련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LH임직원 등이 창릉역과 인접한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공공 중심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각 지역에서 투기 의혹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모든 것을 공공주도로만 가다 보니 정부 독점을 통해서 곳곳에서 투기 의혹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LH가 예산과 인력 면에서 너무 비대한 조직인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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