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못하는데 엄정대응?…고검장 소집한 박범계 장관
2021-03-15 11:33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박상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전국 고검장을 불러 엄정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장관이 고검장들을 직접 소집한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함께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에서 실효성 없이 보여주기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15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중회의실에서 고검장 간담회를 열었다. 박 장관은 이날 “수사권이 제한됐다기 보다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수사권개혁이 됐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검찰이 갖고 있는 역할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 측면에서 국민과 함께 염려하고 검토할 수 있는 사항들이 있고 좋은 고견을 내면 받아서 잘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조상철 서울고검장, 강남일 대전고검장, 박성진 부산고검장, 장영수 대구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 등 일선 고검장들과 배성범 법무연수원장(고검장급)이 참석했다. 박 장관 취임 후 일선 고검장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는 이들 중 박 고검장, 장 고검장을 제외한 5명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이기도 하다.

이날 간담회 논의 주제는 부동산 투기사범 대응방안과 경제범죄에 대한 검찰의 전문역량 강화 등이다. 최근 LH 투기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공분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검찰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위해 박 장관이 간담회 소집을 결정했다.

다만 이날 간담회는 경제범죄라는 큰 틀에서의 원론적인 방안 위주 논의가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청법상 법무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한 현직 검찰 고위 간부는 “(박 장관이)어찌보면 자기정치하는 건데, 별 영양가 없는 회의라고 본다”면서 “사실 가장 부적절한 이야기를 한 사람은 국무총리다, 2000만원이상 계좌추척 하니 이런 얘기는 그건 정말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내실 있는 회의가 되려면 사실상 수사지휘가 되기 때문에 검찰청법 위반 소지가 생기고, 형식상 원론적인 얘기만 할 거면 ‘보여주기식’ 조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의를 하는 도중 고검장들을 불러놓고 ‘엄정 대응’ 지시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존심 다 짓밟아 놓고 관심 가지라는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를 “일선 고검장들에 대한 의견 청취 자리”라고 설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고검장은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대검도 이날 10시부터 이종근 형사부장(검사장) 주재로 ‘3기 신도시 관할 검찰청 전담 부장검사 회의’를 열었다. 이 부장과 김봉현 대검 형사1과장을 비롯해, 3기 신도시 대상 지역을 관할하는 검찰청(의정부지검, 인천지검, 고양지청, 부천지청, 성남지청, 안산지청, 안양지청)의 전담 부장검사들이 참석했다. 이 회의는 최근 검경 수사실무 협의 연장선 차원의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대검과 경찰청의 실무진이 만난 ‘부동산 투기사범 수사기관협의회’에서 검찰은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 검사를 지정해 영장을 신속히 처리하고, 법리 검토 및 범죄수익 환수 방안을 경찰과 공유하는 내용 등을 논의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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