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보상 양극화 시대...‘그들만의 리그’ 후유증
2021-03-19 11:23


네이버 오픈클래스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는 예비 네이버 개발자들 모습. [네이버 공식 블로그 제공]

억대 연봉이 샐러리맨 ‘성공의 상징’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너도 나도 억대 연봉 시대다.

국내 주요 IT기업들 상당수가 직원 평균 연봉 1억원 시대를 열렸다. 올들어 ‘몸값 전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개발자 연봉 2000만원 일괄 인상에 대졸 초임제까지 폐지되며 인재 확보를 위한 보상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최대 임금 인상률에 합의한 LG전자를 필두로 제조업계서도 연봉 인상 바람이 거세다.

대형 기업들 중심으로 파격적인 보상이 확대되면서 중소업체들은 인력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적자 기업 조차도 자금을 쥐어짜며 연봉을 인상하고 있지만, 대기업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상위 기업들이 주도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밀려 보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샐러리맨간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질수 밖에 없다.

IT기업들은 적게는 8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한번에 파격적으로 직원들의 연봉을 인상하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의 직원 평균 연봉이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카카오 직원 2747명의 지난해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800만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8000만원)보다 35% 증가했다. 급여, 상여와 함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등이 포함된 결과다.

이와 함께 네이버와 엔씨소프트의 직원 평균 연봉도 지난해 최초로 1억원을 넘겼다. 네이버 평균 연봉은 1억247만원, 엔씨소프트는 1억549만원이었다.

2014년 국내 500대 기업 중 평균 급여 1억원이 넘은 기업은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두 곳에 불과했다. 2019년엔 30곳 이상으로 늘어난 뒤 주요 IT기업들까지 가세하고 올해 파격적인 연봉 인상 바람이 불면서 평균 억대 연봉 기업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넥슨이 개발직 신입사원의 연봉을 5000만원으로 올리자 넷마블과 컴투스 등이 뒤따랐다. 크래프톤, 직방 등은 한 술 더 떠 신입사원 연봉을 6000만원으로 높이고 재직 개발자 연봉을 2000만원씩 올리기로 했다. 엔씨소프트는 개발직군 연봉 1300만원 인상과 함께 대졸 초임제까지 폐지하며 사실상 신입 억대 연봉 시대까지 예고했다.

이와 함께 제조업계도 임금체계 개편과 성과 보상 요구가 거세지면서 임금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LG전자와 LG전자 노동조합은 생산직을 포함해 직원 임금 9% 인상안에 합의했다. 이는 2011년에 9% 인상과 동일한 수준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직급별 초임도 최대 600만원 올리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도 임단협을 통해 기능직 기준의 임금을 평균 6.5%에서 7.0% 인상하기로 했다. 이 역시 2010년대 초반 이후 최대 수준이다.

반면 중소기업들도 보상 확대 경쟁에 발맞추며 인재 지키기에 안간힘이지만 사실상 ‘출혈 경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중소게임사 베스파는 임직원 연봉을 1200만원 일괄 인상한다고 밝혔다. 베스파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 318억원을 기록한 업체지만 “미래가치를 위한 투자”라며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연봉 인상 여력이 없는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타사처럼 1000만원 수준의 인상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출혈식 보상 경쟁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조차 “보상 경쟁이 IT업계 인력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면서도 “각 회사마다 회사의 사업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서로 너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그 후유증이 염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벌어지는 보상 양극화에 대한 고충도 적지 않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우수한 개발자를 채용해도 대기업이나 인지도가 높은 스타트업에서 훨씬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 곧바로 이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갈수록 올라가는 개발자 몸값을 맞추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태일·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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