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륙양용·고속주행 ‘호버크라프트’…왜 실패했나?
2021-03-20 09:22


호버크라프트.[123rf]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호버크라프트는 배의 바닥에서 높은 압력의 압축 공기를 수직으로 뿜어내 이때 생기는 높은 압력의 힘으로 물 위나 땅 위를 닿을락 말락하게 떠서 나아가는 선박을 일컫는다.

호버크라프트는 기존 선박에 비해 4~5배의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고 별도의 항만설비가 필요없이 일반 해변에서도 자유롭게 운항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수륙양용 운송수단으로 잘 알려진 현대적 개념의 호버크라프트는 지난 1959년 영국의 크리스토퍼 코커렐에 의해 발명됐다.

한때 영국해협에서는 연간 최대 125만명을 실어 나르던 대형 호버크라프트가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이 대형 호버크라프트가 퇴역한 이래 지금껏 대규모 상업용 호버크라프트는 전 세계적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춘 상태다.

현재 레크레이션용이나 해양경찰, 또는 해군 상륙선 용도로 소형 호버크라프트가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도대체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은 연료비가 비싸다는 요인이 컸다. 영국해협의 호버크라프트만해도 4대의 롤스로이스 엔진이 시간당 무려 4540리터의 연료를 소모했다. 유가가 매우 저렴했던 1950~1960년대에는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호버크라프트의 수익성이 사라져버렸다.

문제는 비용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스커트(skirt)라는 부품이다. 스커트는 호버크라프트의 선체 주변을 스커트 치마처럼 둘러싸고 있는 네오프렌 소재의 고무 덮개다. 거친 지면이나 파도를 만났을 때 유연하게 휘어지면서도 선체 하부로 내뿜는 공기의 부양력이 유지되도록 해주는 핵심 부속물이다.

하지만 호버크라프트의 속도가 시속 120km에 이를 경우 대부분의 스커트가 파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거의 매일 스커트의 일부를 수리 또는 교체해야한다는 이야기다.

한 선박 전문가는 “이는 매일 저녁 타이어를 갈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형 호버크라프트가 실용성을 가지려면 스커트 기술에 큰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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