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웨딩플래너도 근로자…퇴직금 줘야”
2021-03-21 09:01


대법원.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고객을 개별적으로 유치하는 ‘웨딩플래너’도 업체로부터 고정급여를 받고 사실상 근로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구모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구 씨에게 급여를 받은 웨딩플래너들이 개인적으로 고객을 유치해 상담하고, 비용을 받아냈지만 이러한 영업 형식과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근로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판단했다. 구씨가 대표인 웨딩업체가 ▷웨딩플래너를 교육한 점 ▷계약 건수의 목표치를 정해주고 업무를 지휘·감독한 점 ▷출퇴근 시간을 지정하고 관리한 점 ▷웨딩플래너들을 ‘사원’으로 지칭하고, 승진심사를 통해 고정급 등을 높여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구씨는 2012년 7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정모 씨를 비롯한 근로자 7명에게 임금과 퇴직금 등 총 64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구씨는 근로자 6명에게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임금보다 총 965만7100만원이 모자라는 임금을 지급한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도 함께 받았다.

1심은 웨딩플래너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구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이들의 근로자성은 인정했지만, 형이 너무 무겁다는 구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웨딩플래너들이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해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구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단 사정만으로 피해근로자들이 개인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웨딩플래너들이 ‘근로기준법 및 기타 관련 법률상 근로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한 것에 대해서도, “사측에서 사후 분쟁 발생 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자 계약서 작성을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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