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코로나19 시대 이공계대학 교육 위기와 기회
2021-03-23 11:34


대학을 뜻하는 ‘유니버시티(University)’의 어원은 교사와 학자의 공동체를 의미한다. 어원 그대로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추구하는 교육기관이라는 전통은 아직도 이어오고 있다. 서양에서는 중세 때부터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는 최고 교육기관으로 출발했다. 과학은 철학의 일부로 간주, 유럽의 대학에서는 중세 이후 과학에서 많은 연구성과를 얻었고 갈릴레오, 뉴턴과 같은 위대한 과학자가 그 울타리 안에서 과학적 업적을 만들어냈다. 공학은 산업혁명과 함께 생겨난 학문으로, 유럽에서는 새로이 피어나는 산업 분야의 전문가의 양성을 목적으로 별도의 교육기관에서 공학인재를 양성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종합대학에 자연과학대학, 공과대학의 형태로 흡수되거나 미국 MIT나 칼텍과 같은 대학은 이학, 공학을 아우르는 최고의 대학으로 진화했다.

전통적인 대학의 목적은 교육과 연구가 함께 이뤄지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기술의 발달은 교육에서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새로운 교육 방법을 탄생시켰고,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원격교육의 다양한 시도도 이뤄져 왔다.

필자가 2000년 미국 MIT에서 박사후연구원 재직 당시 MIT는 ‘Singapore-MIT Alliance(SMA)’라는 싱가포르의 국립싱가포르대, 난양공대와 공동으로 학위를 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SMA로 입학하면 싱가포르와 MIT에서 각각 지도교수를 한 명씩 두고 수업은 아침과 저녁에 실시간 화상강의로 진행, 지금은 흔한 원격화상 강의가 20여년 전에는 매우 충격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MIT와 같은 세계 유수대학은 그 이후 MOOC와 같은 다양한 비대면 교육 플랫폼을 이용해 저변을 확대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학령인구의 감소에 대한 대비, 대학교육의 공유와 개방을 목표로 다양한 비대면 교육방법의 도입과 확산을 정책적으로 추진해왔다.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난 한 해로 기억되겠지만, 대학교육에서는 비대면 교육환경이 대비해야 할 미래가 아니라, 대응해야 할 현실이 된 역사적 전환점이 됐다. 급격한 환경의 변화는 그간 미래 교육에 대한 대비를 잘 진행해왔던 대학과 미진했던 대학의 격차를 확연히 보여줬다. 일부 대학에서는 인프라 부재 또는 교수의 화상강의 자료 준비 부족으로 비대면 원격교육이 부실했던 반면, 준비가 잘 된 대학에서는 녹화된 자료로 복습 기회를 늘리거나 동영상자료를 통해 이해도를 높였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Q&A를 진행해 학습효과를 향상시키는 등 기존 대면교육에 비해 높은 교육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과학기술 분야의 교육은 이론 교육과 다양한 실험실습이 필연적으로 병행돼야 하며, 이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교육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대두되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고, “도전에 대한 응전이 역사발전의 원동력”이라는 토인비의 역사관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유례 없는 위기가 대학교육, 특히 이공계 대학교육에서 ‘캠퍼스의 울타리 안에서 세계와 우주를 교육하고 연구’하던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세계와 우주가 캠퍼스로 바뀌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대전환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머지않은 미래에는 구시대의 대학과 새로운 시대의 대학으로 나뉠 것이고, 그 시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학들의 운명이 자못 궁금해진다.

정규열 포스텍 교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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