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수사·기소 분리?…공수처·검·경 ‘줄다리기’ 시작
2021-03-29 09:39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 경찰과 ‘3자 협의체’ 첫 회의를 열고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기관 간 갈등 문제를 조율한다. 고위공직자 사건을 공수처가 검찰이나 경찰로 돌려보낼 경우 기소를 누가하는 것으로 정리할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9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이날 오후 겸·경 3자 협의체 첫 회의를 연다. 공수처의 제안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선 수사권 조정으로 관계가 재설정된 검·경간, 새로 출범한 공수처 사이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공수처에서는 여운국 차장이 참여한다.

이날 회의에선 ‘사건 이첩’과 관련된 내용이 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 관련 고소·고발 사건 모두를 공수처가 수사할 수 없는 만큼 그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논의한다. 공수처는 검사나 판사 사건을 검찰로 보낼 경우, 수사는 검찰이 하지만 여전히 기소 권한은 공수처가 갖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한 번 이첩한 사건은 공수처 손을 떠난 것이고 경찰을 수사지휘하거나 직접 수사한 사안은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공수처의 ‘유보부 재이첩’을 두고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우선적 선택권이란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인데, 그 권리를 행사하고 다시 이첩하지 않았나”라며 “공수처는 공수처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하는 거고, 검찰은 검찰청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하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첫 3자 협의체 회의를 마친 공수처는 30~31일 수사처 부장검사 면접을 마치고, 다음 달 2일 2차 인사위원회를 끝으로 수사처 검사 인선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인선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1호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공수처는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면서 ‘공소제기를 위한 송치’를 검찰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저희가 이 사건은 수사권뿐만 아니라 기소권까지 갖고 있는 사건이니까, 이 사건의 특수성에 비춰 수사완료 후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송치해 달라는 결정”이라며 “공소제기권 행사를 유보한 이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사 실무책임자인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지난 15일 이프로스에 ‘이첩이란 사건을 받은 기관의 권한으로 사건을 처리하게 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4일 밝힌 바에 따르면 판사나 검사를 상대로 한 고소·고발 사건은 연간 3000건이 넘는다. 사건 당사자가 처리 결과에 불만을 가진 사안이 대부분이다. 김 처장은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으로 3000건을 다 처리할 수 없다”며 “예를 들어 피의자가 검사면 경찰에 이첩하고, 고위경찰이면 검찰에 이첩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pooh@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