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탄소중립을 위한 나노기술
2021-03-29 11:11


지금까지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처해왔다. 이제는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능동적 대응으로 전환 중이다. 이는 과학자들이 유전자 교정기술과 인공지능기술을 이용해 단기간에 백신을 성공적으로 개발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빌 게이츠는 21세기 중반까지 인류가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면 코로나19보다 더욱 치명적인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어젠다에 있어 ‘적응적 감축’에서 ‘능동적 대응’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과학에 기반을 둔 기술혁신이 필수다. 우리는 이미 탄소중립을 향한 과학기술의 결과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태양전지와 풍력발전이 대표적 예로, 과학과 공학기술의 혁신적인 노력을 통해 지난 10여년간 태양전지 가격은 10분의 1 수준으로, 풍력발전 단가 또한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었다.

현재 많은 국가가 2050년께는 청정에너지원으로부터 ‘깨끗한 전기’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진보가 더욱 요구된다. 햇빛과 바람은 하루 24시간, 365일 내내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고 기후에 따라 공급이 일정치 않은 문제가 있어서다. 이러한 ‘간헐성’을 해결하고자 남는 전기를 대용량 배터리에 저장하거나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하지만 많은 용량의 깨끗한 전기를 저장하기에 해당 기술은 여전히 비싸기만 하다.

여기에 기술적 한계가 뚜렷한 난제도 존재한다. 세계는 철강과 시멘트를 제조하는 데 연간 75억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철광석과 코크스를 용광로에서 녹여 강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철광석 중의 산소와 코크스의 탄소가 결합해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또한 석회석을 태워 시멘트의 주원료인 산화칼슘을 얻을 수 있지만 이와 동시에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현재의 제조 공정에서는 이러한 화학반응의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이산화탄소를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정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제출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우리나라의 장기 비전과 국가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산업계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새로운 경영철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정책과 시장의 움직임은 과학기술의 뒷받침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탄소중립을 위한 대용량 배터리, 그린수소 생산,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등은 전자, 이온, 분자의 움직임을 다루는 과학을 기초로 한다. 여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매우 작은 스케일의 물질변화를 위한 기술혁신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 나노기술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배터리산업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20여년의 꾸준한 과학기술 투자의 성과다. 그린수소를 만드는 기술이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에서도 우리는 이 같은 나노기술을 이용해 혁신을 이룰 수 있다. 당장 성과를 내기에 어려울 수 있는 나노기술이지만 그만큼 지속해서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보이지 않는 나노세계의 기술이 탄소중립을 향한 인류의 거대한 도전을 가능케 할 것이다.

김동호 한국재료연구원 표면재료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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