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땅에서 스텝 꼬인 오세훈...박영선 ‘한방’은 없었다”
2021-03-30 11:24


방송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최하는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 후보자 TV 토론회가 29일 시작해 31일까지 사흘간 연이어 열려 막판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첫 TV토론 맞대결을 벌인 29일 밤 MBC 100분토론 생중계 직전 각각 단장을 하며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그야말로 혈투극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첫 TV토론이 양측의 치열한 공방 속 마무리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5대5’의 백중세라는 평가와 ‘6대4’의 박 후보 근소 우위였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두 후보 모두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역대급 난타전’이었다는 관전평과 함께 TV토론이 시민들의 표심을 얼만큼 자극할지가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전날 밤 토론회에 대해 “두 후보가 각각 잘한 게 있고 못한 게 있다. 5:5로 팽팽하게 맞섰다고 본다”며 “오 후보가 의외로 내곡동 땅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준비를 못했다. ‘그 땅은 내 마음속에 없다’, ‘기억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등의 답변은 비유적으로 치환하는 수사학(레토릭)을 구사한 건데 시민들, 유권자들이 아주 싫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여론조사 지지율) 열세에 있는 박 후보가 전세를 뒤집으려면 훨씬 더 잘했어야 한다”면서 “내곡동 집중포화는 예상됐던 것이고, 그 이상의 정책적 측면은 박 후보가 다소 일반적 준비에 그친 게 아니냐. (열세 후보로서) 비장의 무기가 보이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역시 내곡동 땅 의혹 관련 대목을 핵심 포인트로 짚었다. 엄 소장은 “오 후보가 내곡동 땅에서 스텝이 조금 꼬이면서 전반적인 토론 양상은 박 후보가 6대4 정도로 우세했던 것 같다”며 “박 후보가 진정성 측면이나 공세에서의 절박성이 더 엿보였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내곡동 땅 의혹에서 오 후보의 설명은 ‘상당히 곤경에 빠져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박 후보가 계속 말을 끊지 말라고 하는데, 냉소적이었던 오 후보 태도도 부정적 평가를 보이기 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 후보의 과잉 예산을 비판하며 서울시정을 풀어가는 것에 있어서만큼 오 후보가 경험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상당히 여유있고 돋보이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박 평론가는 6대4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두 후보가 시종일관 말싸움에 가까운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한 혹평도 나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두 후보 모두 원래 토론 잘하고 말 잘하기로 유명한데, 전날은 정책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라기보다는 계속 겉도는 토론이었다”며 “네거티브에 의존해 상대방 약점을 공격하다보니까 보기에 썩 좋지 않았다. ‘용호상박’이 아니라 ‘계묘상박’(닭과 고양이의 싸움)”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변의 교수들이나 학생들도 ‘초등학생 토론회’ 같다는 평가를 내리더라”며 “안심소득, 기본소득같은 중요한 대목에서도 서로 계속 말을 끊고 잘라 남은 게 없다. 서로 상대방에 대한 증오만 앞서서 토론에 대한 기본적 존중이 없는 요즘 한국 정치의 축소판 같았다”고 혹평했다. 이 교수는 “누가 미래지향적으로 정치를 더 잘할 것인가가 아니고, 누구를 더 싫어하게 만들 것이냐로 사람들의 혐오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두 후보는 30일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TV토론회에서 맞붙는다. 내곡동 땅 의혹 등의 주목도가 크게 올라간 만큼 이날 TV토론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선거가 되다보니 TV토론 외엔 시민들이 후보를 평가할 방법이 없다”(박상병 평론가), “2차전에서 반전할 수 있냐 없냐에 따라서 여론 물줄기가 바뀔 수 있다”(엄경영 소장) 등의 분석이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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