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로 ‘기체-액체’ 경계면 안정성 높인다
2021-04-02 10:10


기체 제트의 이온화를 통한 액체표면의 안정화를 모사한 삽화.[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연구진이 플라즈마가 기체와 액체 사이 경계면의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과 이론으로 밝혀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최원호 교수 연구팀이 기체를 이온화시킨 플라즈마가 기체와 액체 사이 경계면의 유체역학적 안정성을 증가시키는 것을 최초로 발견하고 이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플라즈마(Plasma)란 기체가 높은 에너지로 가열돼 전하를 띄는 전자와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형광등 내부나 네온사인, 공기청정기 등에서 접할 수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박상후 박사(KAIST 물리학과 박사졸업)가 제1 저자, 최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4월 1일자에 게재됐다.

컵에 담긴 주스의 표면 위에 빨대를 두고 숨을 약하게 불면 주스 표면이 보조개 형태로 오목하게 들어가는데, 이때 빨대를 더 강하게 불면 주스에 거품이 일고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현상도 공기와 주스 사이 경계면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제트 형태의 기체를 액체 표면에 분사시키는 구조는 여러 과학 및 산업 기술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으며, 여러 흥미로운 물리화학적 현상이 발생해 학문적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체 제트가 분사되는 액체 표면에서 유체역학적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현상과 이를 안정화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 활용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헬륨 기체 제트를 고전압으로 이온화시켜 얻은 플라즈마를 물 표면에 분사시켰을 때, 일반적인 기체와 액체 사이의 경계면에서보다 경계면이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발견했다.


플라즈마 생성 유무에 따른 물 표면의 변화를 보여주는 실험 사진.[KAIST 제공]

이번 실험에 활용한 플라즈마 제트에서는 ‘플라즈마 총알(plasma bullet)’로 불리는 고속의 이온화 파동과 전기바람(electric wind)이 발생하는데, 연구팀은 이들의 특성을 이용해 물 표면의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었다.

기체 제트 내에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면 생성되는 1초당 수십 미터 속력의 전기바람으로 인해 물 표면에 가해지는 힘이 증가해서 물 표면이 더 깊이 파이게 되고, 이에 따라 물 표면이 불안정해져야 하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연구팀은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최원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플라즈마 의료, 생명, 농업, 식품, 화학 등 여러 분야의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