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B세포만 찾아내는 ‘형광분자’ 개발…질병 조기예측 도구 기대
2021-04-19 11:14


B세포를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분자 ‘CDgB’ 개발. 연구진은 생쥐의 비장에서 T세포와 B세포를 채취한 뒤, 1만 여개의 형광 분자를 적용해 B세포만 선택적으로 염색할 수 있는 물질을 찾아냈다(A). B의 맨 왼쪽 그림처럼 CDgB는 T세포를 식별하진 못하지만, B세포와 결합하면 초록색 형광을 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IB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장영태 부연구단장(포스텍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세포막 지질의 특성만을 이용해 살아있는 B세포를 식별할 수 있는 새로운 형광분자 ‘CDgB’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혈액은 혈장,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으로 이루어지며 여기에는 독특한 기능과 특성을 가진 세포들이 모여 있다. 인체 기능 이해를 위해서는 혈액에 존재하는 각 세포를 식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백혈구의 25%를 차지하는 림프구에는 T세포, B세포, NK세포 등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들이 있어 더욱 중요하다.

혈액 세포 식별에는 항체가 주로 사용된다. 세포가 가진 고유의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와 항체의 결합을 통해 세포를 식별한다. 하지만 세포를 고정하거나 죽인 후 항체를 도입하므로 살아있는 상태에서 세포를 식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세포를 투과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형광 분자들을 이용해 세포를 식별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면역세포 중 B세포와 T세포는 체내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특히 면역치료 및 세포의 이상을 조기에 파악하려면 두 세포의 구분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두 세포는 크기와 모양 등의 물리적 특성이 유사하여, 지금까지는 항체의 도움 없이 형광 분자만으로 구별이 어려웠다.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은 단백질, 탄수화물 등 기존 바이오마커가 아닌 세포 자체의 차이를 이용해 세포를 식별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먼저 생쥐의 비장에서 B세포와 T세포를 분리한 뒤, 1만 개의 형광분자를 도입했다. 그중 세포막에서 B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분자를 발견하고, 이를 CDgB라 명명했다.

권화영 선임연구원은 “소수성인 CDgB는 체내와 같은 수성 매체에서 100nm 이하 크기의 나노 응집체를 형성한다”며 “나노 응집체 상태에서는 형광을 밝히지 않지만, 세포막에 융합되어 B세포와 결합하면 형광이 켜지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CDgB가 세포막 지질의 길이 차이를 통해 B세포와 T세포를 구분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B세포의 세포막은 T세포보다 지질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고, 콜레스테롤의 함량이 낮아 더 유연하다. 실제로 골수세포에 CDgB를 적용하자, 세포막의 유연성에 따라 형광의 세기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세포막이 부드러운 분화 초기 단계인 B세포에 CDgB를 적용하면 강한 형광 빛을 내지만, 상대적으로 덜 유연한 성숙한 B세포에서는 약한 형광 빛을 낸 것이다. 요컨대 CDgB가 형광 세기를 토대로 세포를 식별하고, 세포막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도구임을 확인했다.

이후 연구진은 더 강한 형광을 통해 명확히 B세포를 구분할 수 있도록 CDgB를 개선했다. CDgB는 탄소분자가 길게 연결된 ‘탄소꼬리’를 가지는데, 이 꼬리의 길이에 따라 형광의 세기가 달라진다. 분석결과, 탄소 16~18개가 연결된 CDgB 유사체가 높은 B세포 선별성을 가짐을 확인했다.

장영태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로 항체 기반 식별 기술을 대체하여 살아있는 상태에서 세포를 식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했다”며 “향후 CDgB는 형광 세기를 토대로 세포의 이상을 파악하고 질병을 조기에 예측하는 도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분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ACS) 4월 9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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