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50년차를 맞은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지난 2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재건축이 절박한 현장으로 이 아파트를 특정하면서 재건축 활성화를 강조했다. 27일부터 여의도 아파트 16개 단지를 비롯해 압구정, 목동, 성수 전략정비구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아파트 가격이 올라봤자 세금만 더 내야 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만 더 커진다. 압구정 아파트 소유자들은 집값 오르는 것보다 그 자리에 새집 짓고 살고 싶다. 그렇다면 재건축을 위한 토지거래허가제는 괜찮은 것 같다.”(압구정 5구역 조합원 A씨)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27일부터 1년 동안 압구정 현대·한양 등 24개 단지, 여의도 시범·삼부 등 16개 단지, 목동 14개 단지와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면적을 넘는 부동산을 거래할 때 관할구청장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토지 면적 기준으로 주거지역은 18㎡, 상업지역은 20㎡가 기준이다. 2년간 실거주할 사람만 허가를 받을 수 있으며,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는 불가능하다.
발표 직후 신규 지정 지역 주민 사이에선 이를 향후 재건축·재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선제 작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도 전날 언론브리핑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중요한 대책이지) 주택 공급 절차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공급 관련 절차는 구역 지정과 관계없이 저희가 차근차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일단 이들 지역에서의 집값은 어느 정도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역 아파트 상당수는 15억원이 넘기 때문에 대출을 끼고 사는 것이 원래부터 불가능했는데 여기에 실거주 요건까지 추가된 것이다.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현금 15억원 이상을 가진 무주택자가 실거주로 들어오려는 경우는 제한적”이라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이 봉쇄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집값이 앞으로 크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기존 조합원 및 소유주들은 집값이 안 올라도 상관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재개발사업지인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관계자는 “솔직히 부동산 가격이 더는 안 올랐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감정평가금액과 시세 차이가 너무 크면 기존 조합원들이 새집으로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목동 5단지 아파트 소유주 B씨도 “저를 포함해 기존 소유주 중에 새집을 받고 계속 여기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당장 팔 생각이 없기 때문에 매수 수요가 줄어도 별 상관이 없고, 세금이 늘어나서 추가 상승은 크게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안중근 압구정 3구역 조합장은 “시장의 기대는 이제 어떻게 공급을 늘릴 것이냐의 단계로 넘어갔다”며 “제한된 서울 땅에 공급량을 늘리는 방법은 재건축·재개발밖에 없고 압구정 같은 경우에는 지구단위계획 고시를 확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언급했다.
전날 오세훈 시장이 콕 집어 재건축이 절박하다고 언급한 여의도 시범아파트에서도 이번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조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기류가 강하다. 이 아파트 한 소유주는 “서울시장이 바뀐 이후로 여의도 단지들은 기대감에 부푼 상태”라며 “재건축을 빨리 진행하기 위한 안전장치 차원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신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앞으로 무엇이 바뀔지에 대한 주민 문의에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목동신시가지 한 공인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실거주자만 거래가 된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21일에도 투자 목적으로 문의한 이들이 있었지만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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