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플랫폼으로 가는 ‘가시밭길’
2021-05-03 11:37


겹벚꽃 명소로 꼽히는 경기 하남 미사경정공원. 요즘 이곳 식문화 대세는 ‘배달’이다. 인근 음식점 홍보를 나온 사람들이 중국집, 치킨집 전단을 돌리지만 정작 사람들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음식을 주문한다. 매점 앞에서 저마다 손에 휴대폰을 쥐고 음식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은 진풍경이다. 라면·김밥·떡볶이 등 매점음식을 뒤로하고 초밥부터 스테이크까지 다양한 음식이 배달앱을 통해 전달된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오토바이 소리는 해가 저문 뒤에도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배달앱을 통한 음식 주문 거래액이 20조1005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14조36억원에서 1년 새 6조원 이상이 늘어났다. 한 달 배달앱 거래액이 1조6000억원 수준이다.

야외 등 어디서나 세부 수령장소만 입력하면 원하는 곳으로 원하는 음식이 배달되는 세상이다. ‘코앞’ 매점도, ‘신속배달’ 중국요리도 거부하고 공원에서 수십분에서 1시간까지 기다리며 기꺼이 배달앱을 선택하고 있다. 배달앱이 이미 일상 깊숙이 파고들며 절대적인 서비스가 됐다는 방증이다.

월 1조6000억원 시장인 만큼 배달앱 생태계에 참여하는 경제활동인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한 축이 배달기사다. 배달기사 등 플랫폼 외부 서비스인력은 약 56만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96.8%를 차지한다. 이런 배달기사와 배달 플랫폼 간 갈등이 최근 고조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은 서비스 품질을 위해 호출(콜) 거절을 관리한다고 하지만 기사들은 플랫폼이 지나치게 통제에 나선다고 맞선다. 쿠팡이츠는 콜 거절 등으로 배달기사가 3회 제재를 받게 되면 계정을 영구 정지한다고 공지해 대립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체제 개편을 시도하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반발에 막혀 무산되기도 했다.

배달앱시장에는 플랫폼, 자영업자, 배달기사, 지역 배달대행업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생태계 참여자가 많을수록 복합적인 변수가 갈등의 불씨를 키운다.

모빌리티시장도 충돌이 만만치 않은 곳이다. 지난해 택시업계와의 마찰과 타다금지법(여객운수법 개정안) 국회 통과 후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중단됐다. 타다금지법 시행 후 플랫폼 운송사업에는 기여금 등 여러 ‘악조건’이 붙고 말았다.

택시시장만 커진다는 비판 속에서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월 9만9000원을 지불하면 택시 호출 수요가 많은 곳을 알려주는 첫 유료 서비스(프로멤버십)를 내놓았다. 즉각 택시업계 4개 단체는 “독점적 시장 지위를 이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흑자전환을 위해 유료 서비스를 늘리고, 이동서비스 범위를 넓혀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선 첫 관문조차 거대한 산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플랫폼사업을 하기 정말 힘들다’는 푸념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업(業)’특성상 플랫폼을 둘러싼 여러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배달앱, 모빌리티앱도 산적한 갈등을 풀며 사업을 키워왔다. 그런 점에서 플랫폼사업은 무수한 ‘가시밭길’을 헤쳐나가는 여정의 연속이다. 이 같은 여정이 곧 모든 플랫폼의 ‘숙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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