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경제자급시대] “내편 서라” 노골화하는 美, ‘블록화’ 가속 속내는?
2021-05-06 09:4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경제 부양을 위한 ‘미국구조계획’ 이행 상황에 대한 연설이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이 ‘세계의 공장’이자 각종 기술의 공급처로서 빠르게 발전해 온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기존 글로벌 분업체계(GVC)에 대한 재편에 돌입했다. 당장 미국 내에서 자급할 수 없지만 동맹·우방국이 주도하고 있는 각종 기술들이 경쟁국인 중국 등에 흘러가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블록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현지 외신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대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정교하다”고 평가했다. 제재 등 직접적인 징벌적 조치 시행에 머물렀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GVC 자체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향후 100일간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등 희귀광물과 의약품 등에 대한 미국의 GVC를 검토하도록 연방 기관들에 명령했다. 또, 국방·공중보건·정보통신기술·에너지·운송·농업 식품 등 6개 산업에 대한 공급 사슬 현황은 1년간 조사해 보고토록 했다.

당장 효과가 제한된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시간이 좀 더 들더라도 장기적으로 판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미국의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동맹국들과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동맹국들과 기술 결집을 추구하는 이른바 ‘기술 민주주의’ 정책이다.

다만, 공급망 재편에는 궁극적으로 미국이 기술 민주주의 우방 간에 구축된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기술과 최대 생산자의 역할을 모두 거머쥐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자료]

앞서 지난달 1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와 공급망 탄력성에 관한 최고경영자 화상회의’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참석해 “오늘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우리가 어떻게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할 것인지 말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경쟁력은 (회의에 참석한) 당신들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지만,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투자에 속도를 내달라며 ‘청구서’를 들이미는 형국인 것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미 CBS 방송에 출연해 “반도체 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했지만, 현재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12%만을 담당하고 있다”며 “TSMC, 삼성 등의 공장이 위치한 아시아에서 전 세계 반도체의 75%가 제조되고 있는 현실은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SNE 리서치 자료]

궁극적으로 미국이 차세대 기술 개발부터 생산까지를 모두 주도해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조만간 배터리, 의약품, 정보통신기술, 에너지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이유로 더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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