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도 살 수 있다”…지구 최강 생명력 '물곰'을 아시나요?
2021-05-27 09:50


물곰[비즈니스 인사이더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끓여도, 얼려도, 굶겨도 그리고 방사선을 쪼여도 죽지 않는 생명체가 있다. 바로 ‘물곰’이다. 몸길이는 1.5mm가 채 되지 않으며 다리가 8개 달린 완보동물(느리게 움직이는 동물)이다. 주로 습한 곳에서 서식하는데 지구상에서 생명력이 가장 질긴 동물로 간주된다.

물곰은 영하 273도의 극저온이나 영상 151도의 고온에도 끄떡 없으며 치명적인 방사선에 노출돼도 생존한다. 동물 대부분이 10~20그레이 정도의 방사선량에 목숨을 잃는 반면, 물곰은 5700그레이의 방사선에서도 견딘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보다 6배 높은 수압에도 끄떡없다. 2007년 유럽우주국(ESA) 무인 우주선에 탑승한 물곰은 우주 환경에서 12일간 생존한 바 있다.

최근 영국 런던 퀸 매리대 연구진은 물곰에 총알 속도로 충격을 가해 살아남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충돌 실험은 2019년 4월 달에 추락한 이스라엘 무인 탐사선 베레시트(Beresheet)에 실려 있었던 물곰이 달에서 살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유튜브 버즈피드 멀티플레이어 캡처]

당시 탐사선에는 물곰 수천마리가 실려 있었다. 이같은 사실은 베레시트가 추락한 넉달 뒤 사업을 추진한 미국의 한 재단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관계자는 “탐사선은 추락했지만 물곰은 아마도 살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베레시트는 고도 7km 지점에서 엔진 이상으로 추락했다. 연구진은 물곰이 당시 이 충격을 견디고 살았을지 ‘총알 속도’를 통해 추정해봤다.

실제 베레시트에 실렸던 물곰과 같이 먹이(이끼와 물)을 준 다음 48시간 동안 얼려서 동면상태로 만들었다. 물곰은 이 상태에서 평소의 0.1% 수준 에너지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이어 물곰을 속이 빈 나일론 총알에 넣고, 실험용 가스총으로 초당 556m~1km 범위에서 6가지 다른 속도로 발사했다.

그 결과 물곰은 초속 900m(시속 3240㎞)의 속도와 1.14기가파스칼(GPa)의 압력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인됐다. 권총 총알의 두 배가 되는 속도를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라이브사이언스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연구진은 당시 베레시트에 실렸던 물곰은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베레시트의 추락 속도는 초당 수백m였지만, 달 표면에 부딪히는 충격 압력은 1.14GPa보다 훨씬 높았던 탓이다.

다만 물곰이 우주에서 운석을 통해 이동할 수는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운석은 지구에 초속 11km로, 화성에는 최소 초속 8km로 충돌한다. 이 속도는 물곰이 생존할 수 없는 속도이다. 하지만 지구에 운석이 충돌한 뒤 튕겨 나오는 파편 중 40%는 물곰이 생존할 수 있을 만큼 낮은 속도로 달에 충돌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국내 연구진도 물곰의 우주 생명 실험을 진행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차세대 중형위성 1호와 함께 ‘큐브위성’ 3기도 실려 보냈는데 이 안에 물곰 100마리 육성 실험 공간을 배정했다. 위성이 지상 680km 상공에 도착하면 물을 뿌리는 장치로 물곰을 깨워 본격적인 관찰에 들어갈 예정이다. 산소 유출을 막고 수분만 유지되면 현미경과 카메라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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