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간호공무원, 카톡선 연신 “죄송하다”…인터넷 검색 기록엔…
2021-05-27 14:16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아이클릭아트]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코로나19)에 대응해 온 부산의 간호직 공무원이 지난 23일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우울 관련 단어와 휴직 및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내용의 글 등을 검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중앙일보와 뉴스1 등에 따르면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부산본부)는 부산의 한 보건소에서 간호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A씨(33)가 사망 전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포털사이트를 통해 ‘뇌출혈’, ‘두통’, ‘휴직’, ‘면직’, ‘최연 7급 공무원 XX(극단적 선택)’ 등을 검색했다고 밝혔다.

전날 A씨의 유족 역시 A씨가 포털에 불안장애, 공황장애, 두통, 치매, 정신과, 우울증 등의 단어를 찾아보거나 공무원 면직, 질병 휴직 등을 문의하는 게시글을 여러 번 살펴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간호직 공무원 7년차로, 동구보건소에서 5년째 근무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사망 전날인 22일 오후 8시쯤 주말 근무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기분 전환을 위해 외출에 나섰다. 이후 집에 돌아와 잠이 들었지만 다음날인 23일 오전 8시 12분쯤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간호공무원이 사망 전날(22일) 동료(왼쪽) 및 간부와 나눈 대화.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제공]

유족은 A씨가 평소 코로나19 대응 근무와 관련해 격무에 어려움을 호소했고, 이로 인해 우울 증세를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보건소로부터 담당이 아닌 업무를 상부 지시 등 압박으로 인해 떠맡는 등 격무에 시달리다 우울증 증세로 숨졌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 18일부터 확진자 발생으로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 동구 한 병원 관리를 담당했다.

유족은 “고인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눈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보면, 보건소 직원들은 차례를 정해 순서대로 코호트 병원을 담당한다”며 “그러나 고인이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순서가 아닌데도 업무를 떠맡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22일 오전 보건소 직원 등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록을 보면 A씨의 업무 고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A씨는 동료와의 대화에서 “어제 오전에 (코호트 격리된) A병원을 다녀와서 넘 마음에 부담이 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말 멘붕이 와서 B님과 의논했고, 저는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하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몇가지 방안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C선생님과 D주무님이 같이 맡아 하기로 했다”고 했다.

또 보건소 간부와의 대화에서는 ‘코호트 격리를 처음 맡았고, 원래 담당해야 하는 순서가 아니었는데 하다보니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있다, 그런데 중간에 못하겠다고 하면 자기 입장에서는 책임감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간부의 말에 “죄송하다. 코호트된 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머리는 멈추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어서 판단력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노조 관계자는 “업무 과다와 스스로 일을 해내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책임감에 마음의 병이 생겨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직 공무원이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런 일이 더 재발하지 않도록 현장의 어려움과 함께 인력충원, 휴식 시간 확보 등 문제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족들은 본래 3일장을 치르려 했으나 이씨의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5일장으로 연장했고, 경찰은 유족, 목격자를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수사 중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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