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18 문서공개] 주영복 국방장관, 美에 “나는 실권이 없다”
2021-06-02 12:16


지난달 6일 오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노먼 소프 5·18 기록사진 기증자료 특별전 언론공개행사가 열렸다. 전시는 노먼 소프가 아시아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국 소속 기자로 1980년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광주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 당시 출입증과 카메라 등을 공개한다. 사진은 노먼 소프가 기록한 27일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2일 미국 국무부가 비밀해제한 5.18 민주화운동 관련 문서에는 12.12. 쿠데타 이후 과도정부의 국방장관이 자신은 실권자가 아니라고 밝힌 내용이 담겼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1979년 12년 12일 군사쿠데타와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재판과 관련해 당시 국무부와 주한미국대사관이 주고받은 외교전문을 공개했다.

공개된 문서 중 1980년 1월 10일자 전문은 주영복 당시 국방장관이 레스터 울프 당시 미 하원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미국대사에게 따로 “나는 군에 아무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당신이 나를 도와줘야 한다”고 호소한 부분이 비밀해제됐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주 장관이 “나를 끌어내더니 올해 연례 안보협의회를 열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과 시민정부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12.12 쿠데타 사태 이후 무너진 군정체계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두환과 신군부세력을 경계한 국무부 문건도 완전공개됐다. 1980년 3월 13일 미 국무부는 주한미국대사관에 한미 연례 안보회의 연기 방침을 주한미국대사관에 전달하고, 글라이스틴 대사가 전두환과 만남을 시도한 사실이 전두환으로 하여금 미국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전두환과 접촉을 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미국이 최규하 당시 대통령 등을 “무능한(helpless) 대통령과 행정부”라 평가한 사실도 이번 비밀해제된 문건에서 확인됐다. 해당 문건은 최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한국의 군부 지도력은 전두환과 그를 중심으로 한 청년 장교들에 있는 것 같다”는 내부평가를 삭제한 채 국무부가 공개한 바 있다.

한편, 비밀해제된 문건 중에는 주한미국대사관에 광주 상황을 보고한 미국 평화봉사단원의 실명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1980년 7월 31일 봉사단원 리차드 크리스텐슨 봉사단원은 광주항쟁 종료 후 광주를 방문해 자신이 보고 들은 내용들을 정리해 대사관에 전달했다. 그동안 주한미국대사관이 봉사단원으로부터 보고받은 문건의 전체내용은 공개됐지만 신원은 비공개 처리돼 있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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