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향수호수길 중 안터
무주구천동 어사길의 금포탄
1600만명이 사는 서울-고양-부천-인천-김포-파주 한가운데에 국제 람사르습지가 있다.
대한민국 산업 경제 수출 문화 관광 정치의 메카, 잿빛도시 메트로폴리탄 그 중심부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 산소를 뿜어내고, 생태를 정화시켜 준, 바로 장항습지다. 자유로를 달리다 행주산성을 지나 장항IC 표지판를 보며 무심히 지나던 곳에 메트로폴리탄의 산소통이 있었던 것이다.
전국 최대 버들군락지 장항습지
▶서울 메트로폴리탄 한복판의 람사르습지=행주산, 정발산 자락에 살던 노루들이 물 마시러 가던 길목이라 우리 말로는 ‘노루목’이라 하고, 한자로는 노루 장(獐), 목항(項)자를 쓴다. 행주산성을 지나 김포대교부터 일산대교 사이 7.6㎞ 면적은 7.49㎢이다.
멸종위기종 재두루미, 큰기러기의 월동지이자 중간기착지이고, 갈대, 여뀌, 줄과 다양한 종류의 버들종 등 습지 생물의 보고이며, 바닷물과 민물의 ‘밀당’ 과정에서 형성된 조수성 습지, 초본성 습지, 하구형습지, 담수습지 등 온갖 습지 종류가 이곳에 모여있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버들 군락을 갖고 있는데, 말똥게는 철새들의 침공을 피해 습지의 버드나무 뿌리 사이에 집을 짓고, 버드나무는 이들의 은거로 뿌리호흡을 원활히 하면서 배설물로 양분을 얻기도 한다. 이 동-식물간 기막힌 공생은 교과서에 나올 만 하다.
온갖 지질의 십자로답게 기름진 땅이고 벼농사가 흥했다. 장항습지가 있는 고양시 장항1동 내륙쪽은 아파트와 한류월드, 엠블호텔, 테크노밸리, 방송영상밸리, CJ라이브시티, 킨텍스 등으로 첨단화 되어가지만, 주민 상당수가 농사를 짓는 서울 메트로폴리탄의 몇 안되는 지역이다.
개발 보다는 청정생태가 자랑거리인 이 시국, 고양은 최근 장항습지의 람사르 지정을 계기로 환경도시로 거듭나려 한다. 장항습지의 재발견에 서울-인천-부천-김포-파주 사람들도 여간 기쁘지 않다. 군사보호구역이라 4~10월 사전신청한뒤 탐방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8일 장항람사르습지를 포함해 ‘여름시즌 비대면 안심관광지 25선’을 선정했다. 방문 전 개방여부·개방시간·관람방법 등 세부정보와 누리집(korean.visitkorea.or.kr) 내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을 몸에 익히자.
청령포
▶청령포=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애달프다). 1458년 1월 단종에게 사약을 전하고 돌아오던 금부도사 왕방연은 굽이치는 여울(청령포)의 언덕에서 복잡한 심경을 시로 읊는다. 단종이 갇혀 있던 ‘내륙의 알카트라즈 감옥’ 청령포도 비대면 안심관광지에 꼽혔다.
믿었던 삼촌 수양의 쿠데타로 유배된 단종이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억류돼 있던 곳이다. 서강이 휘돌아 흘러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으로는 육륙봉의 험준한 암벽이 솟아 오도가도 못하는 곳. 단종도 이곳을 ‘육지고도(陸地孤島)’라 했다.
탐방은 나룻배 용도의 유람선을 타고 물을 건너 섬에 가까운 반도를 한바퀴 돈다. 청령포에는 단묘유지비(端廟遺址碑)와 어가, 단종이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고 전하는 노산대, 한양에 남겨진 정순왕후를 생각하며 쌓은 돌탑, 천연기념물 관음송 등이 있다.
단종 부인 정순왕후의 사릉은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에 있는데, 몇몇 나무들은 영월을 향해 기울었다는 입담도 들린다. 사릉의 나무는 영월 장릉으로, 장릉의 소나무는 사릉으로 옮겨 심어, 죽어서라도 만날수 있게 했다.
단종 어머니 현덕왕후의 능을 파헤쳐 물가에 아무렇게나 묻은 수양대군은 아들들이 줄줄이 요절하는 비운에 시달리고, 왕실엔 손자 성종, 증손자 연산군, 중종 반정, 연쇄 사화, 인종 요절까지 100년간 피바람이 분다. 사람들은 수양대군 세조가 죗값을 받았다고 했다. 영월 가서 청년들의 핫플레이스 젊은달 와이파크, 동강 어라연, 서부시장, 김삿갓(김병연)유적지를 빼놓을 수 없다.
▶곡성 도림사, 구례 반달가슴곰=“뭣이 중헌디”라며 어두운 영화 ‘곡성’을 자기 고을 매력의 발산 기회로 전화위복시켰던 곡성엔 감춰진 보석들이 많다.
백제와 신라가 한몸이 될 무렵인 660년 원효대사가 세운 도림사는 해발 748.5m의 동악산 남쪽 골짜기를 흘러내린 청정계곡과 어우러져 있다. 물줄기가 그친 날이 없고, 계곡 밑바닥에 층층이 깔린 반석, 아홉굽이 실개천, 아홉 개 반석, 옥수(玉水) 정거장 같은 용소, 소금장이소 등이 다채롭게 꾸며져 있다.
지리산이 호위하고 섬진강과 보성강 굽이 치는 곡성에는 3만평 백사장이 있는 ‘차박 맛집’ 압록유원지, 제월습지와 제월섬, 섬진강기차마을 등 명소가 많다.
곡성과 잘 합심하는 구례에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반달가슴곰생태학습장, 수락폭포, 피아골, 운조루 등이 있다. 지난 2월 곡성·구례는 하동, 광양과 함께 섬진강권 통합 관광벨트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통영 욕지도 페리카나 바위
▶욕지도=양파같은 섬 통영 욕지도 역시 언택트여행지의 전형이다. 사슴이 많이 살아 녹도, 녹지도라 불리다, 170년전쯤 추사 김정희 선생은 ‘알고자 하는 열정(欲知:욕지)이 가득한 섬’이라고 글로 남겼고, 이는 이 섬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섬 상징이 사슴이라더니, 모양새는 거북이, 대표적인 명물바위는 펠리칸이다. 명물은 고등어회, 고구마이고, 용왕의 세 딸이 벌인 ‘간 떨어지는 동행’ 등 호기심 자극 아이템이 많다.
욕지도 여행은 ‘태평양 언덕’에서 시작된다. 남으로는 태평양이, 북으론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동시에 감상하는 이 언덕 바로 아래엔 욕지도의 랜드마크 펠리칸바위와 출렁다리, 해안절벽 트레킹 코스 ‘비렁길’이 있다. 비렁길의 해식애 병풍은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 혹은 연평도 병풍바위군을 닮았다. 펠리칸바위는 강력한 태평양 파도에 새 부리처럼 날카롭게 해식(海蝕)된 모습이다. 영화 ‘화려한 외출’ 배경지, 꽃미남으로 둔갑한 900살 이무기에 넋이 나간 용왕의 세 딸 바위(삼여), 다도해 풍경이 멋진 솔구지 언덕을 차례로 만난다.
모노레일을 타고 욕지도의 대표 산인 천왕봉에 오르면, 태평양도 양보 못할 의기가 생긴다.
▶비대면 안심관광지 목록=▷서울 상암동 메타세쿼이아 숲길 ▷장항습지 ▷김포 라베니체 마치 에비뉴 ▷옹진군 굴업도 ▷횡성 청태산자연휴양림 ▷청령포 ▷삼척시과 군 당국이 53년 만에 개방한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대전 중구 뿌리공원 ▷괴산 갈론구곡 ▷‘괴물’ 촬영지 옥천군 대청호 향수호수길 ▷당진 난지섬 ▷대구 앞산공원 ▷안동 선성현문화단지 & 예끼마을 ▷울진 나곡해수욕장 ▷욕지도 ▷밀양 쇠점골 ▷하동편백자연휴양림 ▷함양군 선비문화탐방로·화림동계곡 ▷고창운곡람사르습지 ▷무주군 구천동 어사길 ▷진안 운일암반일암 숲길과 계곡 ▷여수시 장도 예술섬 ▷도림사 계곡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 ▷해남군 4est 수목원과 국내 최대 수국정원
함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