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출근 시간을 오전 9시, 배송 출발 시간을 오전 11시로 늦추고 분류 작업을 거부하는 단체행동에 돌입한 첫날인 지난 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잠시 휴식하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택배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의 2차 합의 논의가 있는 8일 제대로 된 과로사 방지 합의문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합의기구는 지난 1월 택배 분류 작업을 택배사에서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의 1차 합의문을 낸 이후 분류 인력 비율과 시점 등을 논의한 결과를 담아 2차 합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날 참여연대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년부터 지금까지 21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했다”며 “얼마나 더 많은 택배노동자가 죽음을 마주해야 이 끔찍한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느냐”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택배노동자를 코로나19 영웅이라고 칭송해 왔지만 정작 택배노동자들은 코로나19 사태에서 필수가 된 택배 배송을 위해 찰나의 휴식 시간도 없이 살인적인 노동 시간을 감내하며 일해 오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택배 물건이 누군가를 착취하며 누군가의 생명과 건강을 갉아먹으며 배송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30대 택배기사 김원중 씨와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던 20대 장덕준 씨를 언급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8일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30분까지 21시간 넘는 업무를 소화하다 끝내 과로로 사망했다. 그는 사망하기 네 시간 전 동료에게 “지금 집에 가면 새벽 5시에요.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 못 자고 또 분류 작업해야 해요”라며 “너무 힘들다”라고 남긴 문자메시지가 마지막이 됐다.
장씨도 같은 달 경북 칠곡에 위치한 쿠팡물류센터에서 밤샘 근무를 하던 끝에 숨졌다. 장씨의 유족은 장씨가 1년 넘게 쿠팡에서 일하는 동안 15㎏이 빠졌고 하루에 5만보 넘는 고강도·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장씨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대표적인 과로사 질병이었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장씨가 근육을 많이 사용해 녹아내리는 ‘횡문근융해증’이 의심된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출범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가 지난 1월 21일 1차 합의문을 채택했다. 또한 분류 작업이 택배 기사들의 전체 업무의 40%를 차지하는 장시간 노동의 핵심 원인으로 판단한 만큼 택배사에서 책임지도록 했다. 분류 인력 투입 비율, 시점, 택배기사 처우 개선 방안, 택배 산업 내 불공정 거래구조 개선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담아 이날 2차 합의안 채택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택배사들은 여전히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를 외면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윤 추구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택배사들이 택배기사 처우 개선과 상관없이 택배비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과로사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인상한 택배비가 어떻게 쓰일 것인지 아무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회견에서 “사회적 합의기구는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2차 합의문을 마련해야 한다”며 “합의문에는 택배비 인상분이 오롯이 택배노동자 과로 방지에 쓴다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택배산업 내 불공정거래 문제 개선 방안, 택배노동자의 노동 시간 단축 방안 등 제대로 된 과로사 방지책이 합의문에 담겨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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