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發 무리한 정규직화 추진에 거센 ‘후폭풍’
2021-06-15 10:39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노조가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나서자 정규직인 공단노조는 “공정성에 위배된다”고 반발하는 등 勞-勞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김용익 공단 이사장(69)이 양측에 양보를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이는 보기드문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건보공단이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정규직화 공약의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는 셈이다.


김용익 이사장이 원주 건보공단 본부 로비에서 15일 이틀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면서 업무를 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김용익 이사장은 15일 강원 원주시 건보공단 본부 로비에서 고객센터 직원의 직접고용을 둘러싼 건보공단노조와 고객센터노조 간 대화와 양보를 촉구하는 단식을 이틀째 이어갔다. 김 이사장은 앞서 낸 입장문에서 “건보공단의 최고책임자가 노조를 상대로 단식을 한다는 파격에 비난이 있을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공단이 파탄으로 빠져드는 일은 제 몸을 바쳐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센터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건보공단노조가 사무논의협의회에 참여할 때까지 단식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로비에 작은 책상을 두고 업무를 보고 있다.

김 이사장은 단일보험자인 현재의 공단을 출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19대 국회의원 시절 진주의료원 폐업사태 때 철회를 요구하며 2013년 4월, 2014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장기간 단식투쟁을 벌인바 있다.

건보공단은 고객센터 상담사들을 직접고용하는 문제로 ‘노노(勞勞) 갈등’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인 고객센터 직원 970여명은 공단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건보고객센터는 전체 직원이 16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건보공단이 업무를 위탁한 효성ITX, 제니엘 등 민간기업 소속이다. 고객센터 노조 측은 올해 2월에도 고객센터 직영화, 건보 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하며 24일간 파업을 한 바 있다.

반면 건보공단 노조는 이들의 직고용 요구가 불공정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직접고용을 논의하는 사무논의협의회에도 ‘구성원 편향’을 이유로 불참하고 있다. 한 건보공단 직원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조건적인 직고용은 공정의 탈을 쓴 직고용”이라며 글을 올리기도 했다. 건보공단 직원은 “직고용 직영화 철폐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서기도 했다.

공공기관의 외주 근로자 직고용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첨예한 이슈 중 하나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도 보안검색요원 등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정규직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공사가 요원 1900여 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고용하기로 하면서 정규직 직원들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현 건보공단 노노 갈등도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제2의 인국공사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단은 고객센터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국민 불편가중과 함께 공단 내부직원들의 고객센터에 대한 반감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 되고, 2000년 출범 이후 공단이 사회보장기관으로서 국민들에게 쌓아왔던 신뢰가 회복불능에 빠질 수도 있는 만큼 사태 해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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