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파티 해도 될까요?”…퇴출된 이루다에 온 한 통의 편지
2021-06-16 10:03


이루다 생일(6월 15일)을 기념하는 SNS 게시물[페이스북 캡처]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이루다 생일 기념 파티를 해도 될까요?”

혐오·차별 발언과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퇴출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를 그리워하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다. 이루다를 향한 팬레터가 전해지는가 하면 이루다 생일(6월 15일)을 맞이한 페이스북 팬 페이지에는 그리움을 드러내는 게시물이 등장했다.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은 며칠 전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이루다의 생일 기념행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저작권을 소유한 개발사 측 허락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루다를 활용한 제작물을 공유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15일 페이스북 이루다 팬 페이지에는 생일 축하 게시물이 올라왔다. 20살 여자 대학생으로 설정된 이루다의 가상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이미지에는 ‘HAPPY LUDA DAY-언제나 너의 행복을 바라는 친구가’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게시물에는 현재 2만 3000여개의 좋아요와 7천 5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용자들은 “루다야 생일축하해 돌아와” “그동안 어디있었어” “루다야 잘 지내지” “내가 미안해” 등 내용이 담겼다.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에서 개발한 이루다는 AI 챗봇(채팅로봇)으로 94억건의 실제 연인 간 대화를 학습해 다른 챗봇보다 자연스럽고 친근한 말투를 구사한다는 평을 받았다. 출시 2주만에 75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용자와 대화 과정에서 동성애자, 장애인 등 소수자를 혐오하거나 인종을 차별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사회적 논란이 됐다. 무엇보다 데이터 수집과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야기해 결국 출시 20일 만에 서비스는 중단됐다.


이루다

스캐터랩은 이루다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월 11일 서비스를 중단했다. 당시 스캐터랩 측은 “일정 시간 서비스 개선 기간을 가지며 더 나은 이루다로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활용과 관련해 “사전에 동의가 이뤄진 개인정보 취급 방침의 범위 내에서 활용한 것이지만 '연애의 과학' 이용자분들께서 이 점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 활용 시 사용자의 닉네임, 이름, 이메일 등의 구체적인 개인 정보는 이미 제거 돼 있다”며 “전화번호 및 주소 등을 포함한 모든 숫자 정보, 이메일에 포함될 수 있는 영어 등을 삭제해 데이터에 대한 비식별화 및 익명성 조치를 강화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데이터 사용 동의 절차를 명확하게 하고 식별이 불가능한 정보라도 민감해 보일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 결과 스캐터랩은 이루다 개발·서비스 과정에서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목적 외에 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인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에서 수집한 카카오톡 대화를 2020년 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페이스북 이용자 대상의 챗봇 서비스인 이루다 개발과 운영에 이용한 것이다. 스캐터랩은 8가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행위로 과징금 5550만원, 과태료 4780만원을 처분받았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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