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안에 온다던 ‘한집 배달’, “진짜 빠를까?”
2021-06-17 17:41


[123rf]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배달 속도 절반으로 줄인다더니…단건배달, 진짜 빠른 거 맞나?”

이달부터 배달 시장에 ‘한 번에 한 집 배달’이 보편화됐지만, 현장에서는 기대만큼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라이더 부족 문제, 일반인 배달원의 전문성 부족, 단건배달을 가장한 ‘꼼수’ 묶음배달 등 빠른 배달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시장에 도입돼 정착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 광고화면 갈무리]

업계에 따르면,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단건배달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기존 묶음배달보다 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비슷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속도 저하 문제는 단건배달을 가장 먼저 도입한 쿠팡이츠도 풀지 못한 숙제다. 쿠팡이츠는 지난달 악천후가 이어진 주말에 서울 주요 지역에서 ‘주문 대란’을 겪은 바 있다. 배달파트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주문이 1시간 넘게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단건배달에 대해 가맹점주들이 꼽는 문제는 크게 2가지다. 배차 지연과 느린 배달 속도다.

배차 지연 문제는 주로 라이더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한 명의 배달 기사가 여러건을 처리할 수 있었던 묶음배달과 달리, 단건배달에서는 더 많은 라이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쿠팡이츠에 이어 배달의민족도 단건배달 시장에 뛰어들면서 라이더 확보 경쟁이 이전보다 더욱 치열해졌다. 현재 운행 중인 배달 라이더가 단건배달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같은 배차 지연 문제가 발생했다.


라이더 배차가 지연되면서 배달 음식이 쌓여있는 모습 [독자 제공]

일부 배달원들의 전문성 부족도 빠른 배달에 악영향을 끼친다 .

현재 배민과 쿠팡이츠는 도보, 자전거, 킥보드 등을 이용하는 일반인 배달원들도 단건배달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양사 모두 AI 배차를 이용해 ‘고객에게 가장 좋은 품질의 음식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배달기사에게 주문을 배차를 하고 있다.

그런데 부업으로 배달 일을 하는 일반인의 경우, 식당 및 배달지의 위치를 정확하게 모르거나 배달 전문 장비를 갖추지 않는 등 전문성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

자영업자들은 일반인 배달원이 단건배달을 할 때 전문 오토바이 배달기사들의 묶음배달보다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35) 씨는 “도보 배달원이 배차됐는데 배달 완료 시간을 보니 웬만한 일반대행 묶음배달보다 더 오래 걸렸다”며 “단건배달이란 이유로 배달비는 더 비싼데, 그만큼 품질과 속도가 더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

여러 배달 앱을 동시에 수행하며 몰래 묶음배달을 하는 ‘꼼수’ 배달도 단건배달 품질을 떨어트린다.

2개 이상의 스마트폰으로 배민과 쿠팡, 그리고 일반 배달 대행의 업무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가짜’ 단건배달을 하는 것이다. ‘한번에 한 집만 배달’이 원칙인 단건배달에서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 당연히 속도도 훨씬 느리질 수밖에 없다.

서울 송파구에서 초밥집을 운영하는 A 씨는 “단건배달 주문이 들어와 배달기사에게 전해주니 이미 배달통 안에 다른 음식이 있었다”며 “점주 입장에서는 우리집 음식을 손님에게 빠르게 배달해달라는 취지로 더 많은 돈을 내고 단건배달에 가입한 건데 황당했다”고 말했다.

배달앱들도 이러한 ‘꼼수’ 배달을 막기 위해 기기 인증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완전한 근절은 어려운 상태다. 이에 가맹점주들이 직접 이러한 ‘꼼수’ 배달원을 신고할 수 있도록 고객센터를 통한 신고 절차도 안내하고 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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