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회의사당 앞에서 28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미 서부를 펄펄 끓게 하고 있는 폭염은 기후변화에 따른 예견된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미 서부 지역을 에워싸고 있는 열돔(Heat Dome)으로 이들 지역에서는 연일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언론은 28일(현지시간) 폭염이 일어나는 빈도와 강도, 지속성을 볼 때 폭염의 배후에 기후변화가 있다고 지목하면서 이는 수십 년 전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열돔은 대기권과 성층권 사이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찬 공기와 따듯한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대기권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돼 ‘지붕’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지열에 데워진 공기가 움직이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고기압이 발달한 지역에선 하강기류가 발생해 지상의 공기를 누르며 ‘단열압축’하기 때문에 기온이 오른다.
오리건주(州) 포틀랜드와 워싱턴주 시애틀 등에선 하강기류가 산 경사면을 타고 아래로 흐르면서 고온건조해져 기온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캐나다 환경부의 선임 기후학자 데이비드 필립스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폭염의 이른 시기와 강도, 지속성을 볼 때 기후변화를 부르는 지구온난화에 책임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폭염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이제는 인간과 관련된 요인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온난화를 촉진하는 탄소배출과 같은 인간 활동에 따른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미 1970∼1980년대 이후로 기후학자들이 지구 온난화 때문에 폭염이 더 잦고 더 오래 지속되며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면서 “많은 이들이 전례 없는 이번 폭염에 충격을 표시하지만, 수십 년간 그 조짐은 계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짐 핸슨은 1988년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수십 년 내로 많은 지역에서 인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기온 변화가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해당 기간에 접어들면서 지구 곳곳에서 폭염은 강력해졌다. 2003년 유럽 폭염은 7만명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2010년에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러시아에서 5만 명이 사망했다.
이번 폭염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28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 최고기온이 섭씨 47.9도까지 치솟아 캐나다 기존 최고기온 기록을 하루만에 또 경신했다.
리턴의 기온은 전날 46.6도였고 이는 종전 최고기온인 45도(서스캐처원주 미데일과 옐로그래스)를 1.6도나 웃도는 것이었다.
미국 포틀랜드와 시애틀 기온도 28일 각각 46.6도와 42도를 기록해 또 신기록을 세웠다.
포틀랜드는 사흘 연속으로, 시애틀은 이틀째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북미 지역뿐 아니라 유럽도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갈수록 위협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다.
미국 13개 연방기관이 참여한 2018년 미국 기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발생 건수는 1960년대 연간 2건에서 2010년대에는 연간 6건으로 증가했으며 폭염 지속 기간도 1960년대 20여 일에서 2010년대 60여 일로 45일 더 길어졌다.
NYT와 유럽 연구기관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전세계 기상관측 사상 가장 따뜻한 해 20년 가운데 19년이 2000년 이후였으며 2020년이 2016년과 함께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의 기후학자인 대니얼 스웨인은 악시오스에 현재 거론되는 기후변화의 영향력이 저평가된 것이라면서 이런 온난화 수치가 “최고치가 아닌 최저치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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