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합동수사를 벌이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강도 높은 병영문화 개선을 지시한 가운데 현역 육군 준장이 성추행 혐의로 보직해임된 데 이어 구속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국방부 직할부대 육군 장성의 성추행 혐의 구속은 혐의도 혐의지만 시기적으로도 군 안팎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공군 여군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2차 피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들끓고 있는데다 군이 성범죄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반성과 쇄신을 추진중인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6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근무중이던 육군 A 준장은 지난 2일 성추행 혐의 등으로 긴급체포돼 보직해임된 데 이어 구속됐다. A 준장은 부하직원들과 회식 뒤 소속 부대 여직원에게 강제로 신체접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군 장성이 성추행 혐의로 긴급체포된 것은 지난 2018년 7월 해군 준장이 부하 여군과 술을 마시다 여군이 만취하자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이후 3년만이다.
특히 공군 여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사건으로 군을 향한 국민들의 질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대대적인 합동수사가 진행중인 시점이었다. 군 당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내 성폭력 피해 사례를 파악하겠다며 지난 6월 3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기간이 끝난 지 불과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다. 또 서욱 국방부 장관과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면서 군내 성추행사건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설치된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출범한 지 나흘만이기도 하다.
군내 최고위급인 장성이 성추행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군의 성범죄 척결 의지는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군 소식통은 “군이 국민에게 지탄을 받는 가운데 또 성범죄 사건이 발생해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며 “이번에는 현역 장성이 가해 혐의를 받고 있어 파장이 상당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병영문화 개선 지시도 겸연쩍게 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공군 여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사건 등 군내 잇단 비위를 겨냥해 “최근 군과 관련해 국민이 분노하는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면서 “차제에 개별 사안을 넘어 종합적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해 근본적인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병영문화 폐습 근절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주문했고 이는 민관군 합동위원회 출범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2일 박인호 신임 공군참모총장으로부터 진급 및 보직신고를 받은 자리에선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겨 군 통수권자로서 마음이 무겁다”면서 “취임을 계기로 분위기를 일신하고 병영문화를 혁신해 진정한 강군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병영문화 개선을 거듭 당부했다.
공군 여중사 사망사건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 요구에도 자신에게 맡겨달라며 사태 수습에 앞장섰던 서 장관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게 됐다. 서 장관은 군 수사당국이 이번 사건을 인지한 즉시 보고 받고, 격노하면서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고 한다.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비롯해 군 당국이 추진중인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개선 노력도 상처를 입게 됐다. 군은 지난 2018년 해군 준장의 성폭행 시도와 육군 소장의 부적절한 신체접촉 혐의, 육군 준장의 성추행 혐의 등 군 현역 장성들이 연루된 성추문이 잇따르자 양성평등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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